지난해 말 소주값 인상에 이어 맥주도 3년만에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과자와 빙과류 등의 가격이 줄줄이 오른 가운데 맥주에 이어 라면까지 들썩거리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도미노 인상'은 4.13 총선 이후 이미 예고된 장바구니 물가 징후로, 주류ㆍ식품업계 최대 성수기인 여름을 앞두고 가격 인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오비맥주 측은 "가격 인상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다만, 구체적인 인상폭이나 시기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23일 밝혔다.
주류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이미 도매상들에 5~6% 수준의 가격 인상 방침을 통보했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이다. 또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물량을 확보해두려는 도매상들 때문에 최근 맥주 출고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오비맥주는 도매상들에 인상 방침을 통보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과거의 관례로 봤을 때 업계 1위인 오비맥주가 가격을 올릴 경우 2, 3위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도 뒤따라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맥주업계의 경우 2012년 8월 오비맥주가 카스와 OB골든라거 등 전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5.89% 올렸고, 하이트진로 역시 같은 해 7월 맥주 출고가를 5.93% 인상한 뒤 3년 넘게 가격을 동결해왔다.
소주의 경우도 지난해 11월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출고가를 3년 만에 5.62% 인상하자 금복주, 무학, 롯데주류 등 다른 소주업체들도 줄줄이 출고가를 올린 바 있다.
이들 업체는 일단 "현재로선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을 아꼈지만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름이 본격화되는 7월과, 8월 브라질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맥아·홉 등 맥주 주원료의 국제 시세가 매년 오르고 있고 판매관리비, 물류비 등 비용의 증가로 가격 인상의 필요성이 충분하다"며 "총선이 끝났고 최대 성수기 여름을 앞둔 6월이 인상의 적정 시기여서 업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라면 가격인상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1위 업체 농심은 2011년 11월 신라면을 개당 730원에서 780원으로 6.8%(50원) 인상한 이후 4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 최장 기간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농심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에 동참했던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수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라면도 가격 인상 요인이 충분해지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도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요소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라면 인상 주기가 3~4년에 한 번씩 이뤄진 것에 비춰보면 올해를 인상 시기로 내다보고 있다. 업체 측은 하나같이 "아직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맥주 가격이 오른 후에는 라면이 다음 순서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앞서 한국 주요 빙과업체가 개당 아이스크림 유통업체 납품가를 권장소비자가 기준으로 일제히 약 100원씩 인상했다. 해태제과는 부라보콘 외 3종의 콘 가격을 인상했고 롯데푸드는 구구콘, 빠삐코, 국화빵 등 7종의 가격을 올렸다. 빙그레의 붕어싸만코, 빵또아 등 7종의 가격도 인상됐다. 롯데제과는 4월에 월드콘과 설레임 가격을 인상했다.
과자 가격도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롯데제과는 제크, 빠다코코낫 등 비스킷류의 가격을 올렸고 삼양식품은 사또밥과 짱구 등 4종 가격을 30%나 인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