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세상읽기] 변해가는 시위문화, 변하지 못한 경찰

입력 2016-08-0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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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전대협 시대를 대신해 새로운 학생운동의 기치를 내건 한총련이 출범했어. 당시 출범식이 경북대에서 열렸는데 수만 명에 달하는 전국 대학생들이 대구로 몰려갔었지. 역시나 출정식이 끝난 후 진을 치고 있던 전투경찰과 학생들이 학교 정문에서 대치했어. 벌써 23년 전의 일이야.

돌이켜 보면 당시 학생운동은 하나의 시대상이었어. 그러나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가 이어지면서 학생운동의 양상도 크게 달라졌어. 이제 대학생들은 독재에 맞서기보다 치솟은 등록금에 맞서는 추세야. 실업난과 경제난으로 미래가 불투명한 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사치일지도 몰라.

그때가 맞고 지금이 틀리다는 이야기가 아니야. 이제 우리의 시위 문화가,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방법이, 거리에 나선 이유가 달라졌다는 이야기야.

바로 어제(3일) 지루하게 이어졌던 이화여대 학내 갈등이 결국 마무리됐어. 직장인만을 위한 단과대를 설립하겠다던 학교 측이 결국 학생들의 반대 의견을 수렴해 이를 철회했지. 불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었는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야. 그런데 아쉽게도 이런 결론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안타까웠어.

“교수들까지 학생들을 지지하고 나서니 결국 학교 측도 생각을 바꿨네요.”(트위터 아이디 whate***) “여자대학이라고 마음 편하게 경찰이 진입한 것 같아요.”(트위터 아이디 toriba***)

학교가 틀리고 학생들이 맞았다는 이분법적 이야기가 아니야.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본관을 점거하는 동안, 경찰이 학교 캠퍼스 안으로 거리낌없이 들이닥쳤다는 게 이례적이라는 거지. 학내 갈등을 풀기 위해 대화 대신 1600여 명의 경찰 병력이 들이닥친 것이니까.

학생들은 평화시위를 원했어. 그 옛날처럼 캐비닛과 의자, 책상으로 총장실을 가로막지도 않았어. 계단과 복도에 책을 펴고 앉았지. 공부하며 점거농성을 시작한 거야. 기특하게도 “어떤 외부 세력이나 정치 이슈와도 거리를 두겠다”고 공언까지 했어. 그것이 이들의 의지였지만, 결국 경찰 병력에 의해 강제로 해산되고 말았지.

우리의 시위 문화는 이제 많이 달라졌어. 화염병 대신 촛불과 피켓이 시위에 등장했어. 중고생은 물론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이 엄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야. 그런데 반대편에 서 있는 경찰은 수십 년 전 그때와 그리 달라진 게 없어 보여. 심지어 최근에는 불법 시위자를 체포하기 위한 체포 전담조가 가동됐잖아. 이걸 두고 “백골단의 부활”이라며 우려하는 주장도 많아.

시위대가 달라졌으니 이제 공권력도 달라져야 해. 또 그걸 바라는 목소리가 SNS에 가득해. 곧 신임 경찰청장이 취임할 예정이니 조금이라도 변하길 기대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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