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청년 장그래, 그리고 아버지의 양복

입력 2016-09-27 10:44 수정 2016-09-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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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재 청년희망재단 이사장

2년 전 케이블방송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8%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이슈가 됐던 ‘미생’을 즐겨 봤다. 로맨스와 재벌이 판치던 TV드라마에서 내세울 것 없는 장그래의 직장생활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가끔은 서글펐다. 희망하던 바둑기사를 포기하고 직장생활을 하기로 결심한 장그래는 몸에 맞지 않는 아버지의 양복을 입고 출근한다. 몸에 비해 훨씬 큰 옷 탓에 지친 어깨가 더 힘겨워 보이던 장그래의 뒷모습이 현시대의 청년구직자의 모습인 것 같아 씁쓸했다.

필자는 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취업을 준비했던 친구들은 취업 준비 비용 때문에 고민하곤 했다. 당시 취업한 친구도, 대학에 남았던 나도 지금은 조직의 장(長)을 맡고 있다. 세월이 그만큼 많이 지났지만, 대졸자를 비롯한 청년층의 취업이나 면접에 대한 부담은 세월이 흘러도 크게 줄지 않은 것 같다.

영어 공인 인증 점수, 해외 연수, 각종 자격증 등 취업에 필요한 일명 ‘스펙’을 갖추는 데도 과거에 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서류전형에 합격하더라도 면접을 보기 위해 정장을 갖춰 입고 면접장으로 이동하는 데만 적잖은 비용을 써야 한다. 면접을 보면 볼수록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커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 구직을 위해 면접에 응시하는 데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을 갖는 청년 구직자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한다.

5월에 청년들이 청년희망재단에 제안한 내용을 살펴보니 증명사진 촬영 지원과 정장대여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청년 구직자 스스로 구직활동을 하던 중 겪었던 애로사항을 토로한 것이라 지원 가능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이력서를 작성할 때 필수적인 증명사진 촬영이나 면접 시 입을 정장 대여료에 대한 지원은 타당성이 있었기에 구체적인 검토과정을 거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또 지방 거주자의 경우 서울로 면접을 보러 올 때 발생하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이었기에 지방 거주자의 서울 면접 시 교통비와 숙박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신규 지원안을 현장에 적용하려고 하니 어떤 구직자부터 비용 지원을 해야 할지가 고민이 됐다. 시발점은 취업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생긴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가 적절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를 대상으로 시작하면서 수혜자를 확대해 나가면 열정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부터 우선 지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지난달 고용노동부와 함께 이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면접비 지원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저소득층 중심의 취업지원책인 취업성공패키지와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면접비 지원의 첫 대상자는 청년취업패키지 참여자로 정했고, 이로써 점차 대한민국의 모든 청년이 면접 비용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면접 비용 지원으로 이제라도 이 땅의 모든 장그래가 당당히 어깨를 펴고 면접에 임해 취업에 성공할 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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