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기획_양성평등 조직문화 ③ 한국씨티은행] 기회 왔을때 “저요” 하세요… 그 손 잡아주는 게 제 몫이죠

입력 2016-12-01 11:08 수정 2016-12-0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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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한국씨티은행 여성위원회 위원장(기업금융그룹 본부장) 인터뷰

“떠나려하기보단 여기서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봐요”

위기의 7년차… 이직결심 막은 외국인 상사에 감사

여성차별 없는 기업문화·길 뚫어준 여성 선배들 덕분

겸양보다 용기낼 때… 한계 두려워 말고 실력 쌓아야

“왜 회사를 옮기려고 하지?”

“7년 여간 똑같은 일만 했는데 다른 직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주겠다고 해서요. 새로운 걸 해보고 싶습니다”

“과연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일까, 아닐 수도 있어. 지금까지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해서 조금씩 새로운 쪽으로 나가보면 어떨까? 이 회사는 역사가 오래된 만큼 업무 영역이 상당히 다양한 곳이야. 뭘 하고 싶은 지 다시 생각해 보면 이 회사를 굳이 떠나야 할 이유는 없을 지도 몰라. 어때? 고민해 보겠어?”

올해 입행한 지 ‘사반세기’를 넘긴 김희진 한국씨티은행 다국적기업금융부 기업금융그룹 본부장의 ‘과거사’다. 김희진 본부장은 한국씨티은행에 계속 근무했고 올해 초에는 제6대 여성위원회 위원장도 맡게 됐다. 김희진 본부장은 “은행에 들어올 때만 해도 제가 이렇게 오래 일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남들처럼 육아와 출산이라는 고비도 넘어야 했구요. 그런데 회사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그냥 일을 그만두게 하지 않았어요. 더 잘 할 수 있는 일은 뭔지, 더 하고 싶은 일은 뭔지를 계속 생각하게 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는 그 기회를 주기도 하고, 더 잘 할 것 같은 일을 권유하기도 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더라구요. 결국 오래 일할 수밖에 없다고나 할까요”

김희진 본부장은 자신의 이직 계획을 재고하게 한 당시 파키스탄 출신 상사에게도, 그리고 회사의 이런 시스템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당시엔 제가 모든 걸 제일 잘 안다, 판단할 줄 안다고 생각했죠. 그렇지만 고민의 폭은 경험에 비례하는 만큼 좁을 수밖에 없었지요. 고민하다가 회사에 남았어요. 역시 기회는 준비하고 있다가 도전할 때 잡히더군요. 증권관리, 청약대리 업무는 평이하고 발전의 기회는 별로 없다는 저의 생각은 짧았어요. 여성이라고 적당히 일하다가 결혼하고 그만둔다는 문화 자체가 없었던 외국계 은행에 입사한 것도 운이 좋았겠죠. 그리고 제 앞에 서서 길을 뚫어 준 씩씩한 여성 선배들이 있어서 큰 도움을 받았구요”

김 본부장은 인재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회사와 개인이 윈윈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기에 성장에 큰 기회비용을 치르진 않아도 됐다고 회고한다.

“여성들이 커 나가려면 이런 기업 문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여성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선 각개전투식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여성들의 목소리를 모아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구요. 올해로 10년째 된 여성위원회에서는 씨티은행 내외부에서 성공적으로 경력을 개발한 분들을 모셔서 이야기를 나누며 중간관리자로, 임원으로, 리더로 커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려고 합니다. 젊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해서 분과별로 후배들에게 많은 역할을 안겨줬어요. 적극 참여해야 그들만의 참신한 아이디어도 들어볼 수 있으니까요”

여성 인력이 전체의 48%에 달하고 집행간부를 포함해 임원급 여성이 30%에 달하는 씨티은행으로서는 여성 차별이란 거의 사어(死語)가 되어간다고.

“여성 차별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어도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오히려 세대간 격차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고 있어요. 그런 세대간, 직급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서로를 존칭하되 직급이 아닌 ‘님’으로 부르기로 한 문화도 처음엔 어색했지만 대표부터 나서서 진행하니 이제 정착되어가고 있어요”

김 본부장은 열심히 일하면서도 자신의 기회, 속되게 말해 ‘밥그릇’을 찾으려고 목소리를 내는, 손을 드는 문화가 겸양이 기본인 한국에선 아무래도 적다고 지적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기회가 왔다면 손을 들어야 해요. 그런데 여성들은 잘 그렇게 하지 않아요. 씨티은행 내부에서는 어느 자리가 비게 되면 사내 공모를 하거든요. 지원한 사람들을 심층 인터뷰해서 이 가운데 적임자를 선정하게 되는 거죠. 선배들이 이런 길에서 어렵게 손을 들고 길을 뚫었고 저는 그 덕을 봤죠. 제 덕을 또 다른 여성 후배가 봐야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기회가 왔을 때 손을 들 수 있게 실력을 길러야 하는 것이고, 손을 든 여성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수 있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선배의 몫이겠지요. 자꾸 자기 자신에게 한계(ceiling)를 두려고 하지 않아야 합니다. 저도 여전히‘넌 5년 뒤에 뭘 하고 싶니?’를 끊임없이 자문합니다. 200년 된 씨티의 역사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걸 발전시키고 누리는 것은 여성인 우리들의 몫이자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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