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도 대선 기간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과 날을 세웠던 실리콘밸리 대장주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유일하게 마이크로소프트(MS)만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13일 CNN머니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업체들의 주가는 지난달 8일 미국 45대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이후 희비가 엇갈렸다. 실리콘밸리의 대장주인 이른바 FANG 4개 종목은 일제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페이스북은 대선 이후 4% 떨어졌고,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1%도 채 안되게 올랐다. 아마존은 1% 이상 빠졌고, 넷플릭스는 제자리걸음이다. 대선 직후에는 더 많이 빠졌다가 그나마 회복된 게 이 정도다.
이와 대조적으로 MS는 대선 이후 유례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MS의 주가는 대선 이후 실리콘밸리 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5%나 올랐고 심지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3일에도 주가는 전날보다 1.30% 뛴 62.98달러를 기록했고, 시가총액은 4897억 달러로 처음으로 5000억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CNN머니는 MS가 트럼프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트럼프는 대선 기간에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얻은 이익을 본국으로 송환할 때 적용하는 세율을 현행 35%에서 10%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사티야 나델라 MS CEO는 14일 트럼프 당선인과 업계 대표간 회동에 참석하는데, 이 자리에서는 고용 창출 및 다른 이슈와 함께 법인세 문제도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3분기 시점에 MS는 보유 자금이 총 1369억 달러이며, 이 중 1111억 달러를 해외에 보유하고 있다. 애플이나 오라클 역시 해외에 거액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애플은 2000억 달러를 해외에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들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대신 미국 경제에 기여할 만한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추가적인 고용 창출이나 연구·개발(R&D) 투자, 스타트업 인수 등이다.
펀드매니저들은 MS가 아마존이나 세일즈포스 같은 경쟁사들에 비해 가파르게 성장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이 투자자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시노버스컴퍼니의 대니얼 모건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은 MS가 포화상태인 데스크톱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클라우드 쪽으로 성공적으로 역량이 옮겨가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정보를 원하는데 MS는 이런 투자자들의 갈망에 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S는 해외에서 미국으로 들여온 자금을 자사주 매입이나 주주 배당을 늘리는데 사용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FRA리서처의 스캇 케슬러 애널리스트는 “대형 IT 기업들은 트럼프의 세제에서 뚜렷한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포드 트러스트의 행크 스미스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이같은 견해에 동의했다. 그는 “트럼프의 감세 정책이 MS 애플 시스코 같은 오래된 IT 기업들에 거대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목할 건 MS의 주가가 다른 IT 업체보다 유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의외의 분석이 나온다. 대선 기간에 다른 업체들은 트럼프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던데 비해, MS는 다소 잠잠했기 때문이라는 것. 대부분의 IT 업체들은 불법체류자 단속을 위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한다며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축소한다는 트럼프의 이민자 정책이 실리콘밸리의 인재 다양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반발했었다. 그러나 나델라 CEO는 이에 대해 입을 다문 것은 물론 트럼프의 당선 후 발빠르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회유의 신호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