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을 이탈한 비박근혜(비박)계가 27일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을 선언하면서 새누리당이 마침내 분당된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사라진 지 26년 만에 4당 체제가 다시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보수 정당의 분당은 우리 정치사에 있어서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신당과 기존 새누리당 간의 ‘보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쟁탈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보수신당에 합류할 비박계 29명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단 탈당 및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비박계 신당이 원내 교섭단체 요건인 20명을 넘기면서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과 함께 26년 만에 4당 체제가 열리게 됐다.
이들은 내년 1월 24일 창당을 목표로 잡고 당 노선인 정강·정책 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창당추진위원회 공동 위원장인 정병국·주호영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은 이날 회견에 이어 의원총회를 열고 원(院) 구성 및 원내대표 선출 일정 등을 논의한다.
이날 선출할 원내대표에는 주호영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탈당 의원들은 또 신당 창당 선언문에서 ‘정의로운 대한민국’과 ‘새로운 보수정치’ 등의 지향점을 제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2·3차 비박계 추가 탈당으로 새 보수신당은 국민의당처럼 캐스팅보트를 쥐고 몸값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귀국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에 성공할 경우 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 충청권 의원들까지 신당에 합류할 수 있어 세가 급격히 불어날 전망이다.
다만 유승민 의원의 사회적 경제기본법과 법인세 인상 등 ‘좌클릭’ 정책에 내부 이견도 나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개혁보수신당이 보수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국정농단에서 드러났던 폐해를 걷어내고 시대정신에 따른 개혁을 담아가는 방향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지켜보면서 합류하겠다”며 신당행을 잠정 보류했다. 당초 나 의원이 신당의 뼈대가 될 정강·정책을 만들기로 했다가 유 의원이 맡게 되자 탈당을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한편 인명진 목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세운 새누리당도 신당의 개혁드라이브에 맞서 당 쇄신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새누리당과 신당은 특히 유력 대권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을 놓고 치열한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