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불황이 짙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서 미국의 트럼프 신정부는 보호무역주의의 닻을 올렸다. 나라 안으로는 탄핵 국면에 생활 물가까지 오름세를 보이며 소비 위축에 따른 내수 회복은 정상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지난해 6월 3%에서 무려 0.4%포인트나 낮췄다. 정부가 2%대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의 전망치는 이보다 더 낮다. 한은은 최근 올해 2.5%, 내년 2.8% 전망치를 내놨다. 지난해 1월만 하더라도 3.2%였던 전망치는 1년 사이 무려 0.7%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들의 전망대로라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14년 반짝 3%대를 제외하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 동안 무려 6번이나 2%대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전망치를 끌어내린 장본인은 내수 부진이다. 이들 기관은 특히 건설부분에서 투자 열기가 식을 것으로 예상했고, 이에 따라 민간 소비도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전망치를 내놓으며 “미 대선 이후 시장금리 상황, 미 달러 강세,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및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악화 등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소비와 투자 절벽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데 있다. 전날 발표된 소비자심리지수는 석 달째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농ㆍ수산물 등 체감물가까지 치솟으며 소비위축을 가속화시켰다. 거기다 기업들까지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지난 12월 기준 기업의 자금잉여는 한은의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를 보였다. 그만큼 소비와 투자심리가 움츠러들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던 수출 앞에는 보호무역주의라는 가시밭길이 놓여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랜 자유무역주의 전통을 폐지하고,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지난 20일 취임과 동시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하더니, 곧바로 환태평양경제동반협장(TPP) 탈퇴 계획을 알렸다.
이에 더해 한미FTA까지 재협상 테이블에 놓이게 될 경우 우리나라가 받게 될 수출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은은 세계무역규제가 10% 늘면 우리나라의 수출이 1% 줄어든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반덤핑과 환율, 국제유가를 통제변수로 사용했고, 한미FTA 폐기 등의 영향은 고려하지 않았다.
민간 및 외국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보는 시선은 더욱 차갑다. 지난해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2%, 2.1%로 제시했다. 여기에 글로벌IB도 가세했다. 일본의 노무라증권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0%에 턱걸이할 것으로 내다봤고, 씨티은행 등 10개의 글로벌 투자은행이 제시한 평균 성장률도 2.4%에 불과하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2%대 성장률이 계속되며 우리나라도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었다고 봐야한다”면서 “과감한 재정 확대와 구조 개혁을 통해 일부 대기업 뿐만 아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온기를 느끼는 구조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