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한 현안은 중국이다.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빌미로 경제보복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경제보복의 압박 전선도 문화뿐만 아니라 관광, 수출, 기업 규제 등으로 넓히면서 피해 규모를 산출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 같은 중국의 조치는 ‘정치적 이유로 무역 제한을 하지 않는다’는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을 위배한 행태이다.
혈맹(?) 관계로 여겼던 미국도 더 이상 우호적인 존재는 아니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내달에는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감까지 겹치고 있다.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 지정에서 빠지더라도 중국이 지정될 땐 그 여파에서 우리 경제는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까지 구도를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 양대 강대국(G2)인 중국과 미국 사이에 낀 ‘넛크래커’(호두를 양쪽으로 눌러 까는 기구) 신세이다.
그나마 중국이나 미국의 움직임은 눈앞에서 예측 가능한 리스크이다. 현시점에서 우리나라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위기 때마다 뒤통수를 친 일본이다.
일본은 그간의 행태에서도 뒤통수 외교를 서슴없이 자행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외환보유고가 바닥인 시점에서도 그랬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300억 달러가 붕괴된 위기 상황에서 일본은 무려 1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빼가며 외환위기를 부추겼다.
이 같은 행태는 최근에도 벌어졌다. 올 1월 일본은 부산 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대한 항의 표시로 한·일 통화스와프 논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이 시기는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한 경제보복을 확대하고,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이었다. 우리나라가 G2의 틈에 낀 상황을 최대한 악용한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 정치인들은 우리나라 정세가 불안하고 어려울 때마다 그 틈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일본의 세습 정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본의 정치는 ‘지방(地盤·조직)’, ‘가방(錢·돈)’, ‘간방(看板·인지도)’ 등 3방을 앞세운 세습 정치가 오랜 관행으로 굳어졌다. 부모의 일군 조직(후원회)이 자식의 후원회로 이전된다. 자연스레 후원금 문제가 해결한다. 당연히 누구누구의 자식이라는 인지도 따라붙는다.
현재 아베 내각에서도 세습 정치인은 아베 신조 총리, 아소 다로 부총리,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등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태어나서 성장하는 과정 그 자체가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일본 정치인들에게 우리나라는 정치 생명의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셈이다. 지금과 같이 우리나라가 안팎으로 힘든 시기에 일본을 더욱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