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의 ‘알짜 매물’ 도시바를 차지하기 위한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도시바가 당초 메모리 사업부의 일부 지분만 매각하기로 했던 계획을 과반 이상 또는 전량 매각으로 선회하면서 인수 가격이 20조 원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도시바만 인수하면 낸드플래시 부문의 강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 기회를 놓칠리 없는 기업들은 동종 업계에서 합종연횡 하거나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 작업에 들어가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8일 외신에 따르면 대만 홍하이그룹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가 지분을 최대 전량 매각하겠다고 밝히며 인수 금액은 2조 원대에서 20조 원으로 치솟았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질 경우 최대 25조 원까지 오를 수 있다.
이처럼 인수 가격이 10배가량 뛰어오르면서 독자적인 인수가 어려워진 홍하이와 TSMC가 손을 맞잡은 것이다.
홍하이는 당초 SK하이닉스와 손을 잡고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훙하이는 현재 SK그룹 지주사인 ㈜SK의 지분 3.5%를 보유한 4대 주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진행 중이다.
홍하이가 TSMC와 동맹을 맺으면서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인수를 위한 다른 방책을 찾아야 할 처지가 됐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4조 원 규모인 SK하이닉스는 독자적인 인수는 힘들다고 판단, 현재 FI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도시바가 SK하이닉스에 새로운 지분 매각 방식을 제안하면서 FI 외에 동종 업계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일 도시바로부터 분할되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일부 지분 인수에 대한 논바인딩(Non-binding)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으나 이후 도시바로부터 새로운 지분 매각 방안을 제안 받았다”고 지난 6일 공시했다.
SK하이닉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는 후보군은 미국 기업들인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정도다. 특히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와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3년간 약 17조 원을 공동 투자하고 있을 정도로 긴밀한 협력을 진행 중이지만, 자금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들외에는 인텔, 애플 등도 인수자로 나설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 해외 기업에 도시바를 매각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있고, 특히 한국과 대만에 파는 데 대한 경계심이 높다는 점이 이번 인수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도시바는 오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메모리 부문 분사를 의결하고 6월경 인수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