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저축銀해부-①] SBI 등 대부업 스타일 ‘빠른 소액 대출’ 로 시장 장악

입력 2017-03-22 09:36 수정 2017-03-3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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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조 원 저축은행 시장을 일본계 자본이 휩쓸고 있다.

일본계 저축은행이 최초로 자산규모 10조 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고작 4개 사뿐인 이들이 전체 시장의 20% 가까이를 차지한다. 한국시장에 물꼬를 튼 지 7년 만의 쾌거다.

일본계 저축은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고금리 장사,역사적 반감 등에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는다.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할 부분도 있다. 일본 모기업의 탄탄한 자본력, 중금리 시장 선점 등은 장점이다. 총 3차례에 걸쳐 일본계 저축은행을 해부한다. 일본계 저축은행이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검증하기 위함이다.

◇“소액을 빠르게”… 저금리 日 떠나 고금리 수익 한국行

일본계 자본은 2000년대 초반 대부업계를 먼저 공략했다. 러시앤캐시(재일교포계), 산와머니가 대부업계 시장에서 1, 2위를 다퉜다.

이들이 한국시장에 진출한 것은 2002년 10월 대부업법 시행 이후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대부업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높은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들이 한국에 진출한 2000년대 초반 일본의 법정 최고금리는 29.2%였지만 한국은 66%였다. 한국에서 2배 이상 높은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일본계 대부업체가 한국시장에서 흥행한 것은 제도권이 사실상 방치한 저신용자들의 대출 수요를 적기에 흡수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들은 ‘쉽고 빠른 대출’을 표방하며 고객을 파고 들었다. 러시앤캐시 등은 200~300만 원 소액 대출을 단 30분 내 심사하고 송금까지 마쳤다. 일본계 대부업체들의 색다른 마케팅을 통한 이미지 개선도 고객몰이에 한 몫했다.

한국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당시 대부업 쪽은 제도권 시장이 사실상 방치하고 있던 시장이라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의 초과수요가 항시 존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00년대 초반 일본계 대부업체의 깔끔한 인테리어로 된 매장, 유니폼을 단정하게 입은 내부 직원 등 이미지는 대부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사람들에게 문화적 충격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2011년 저축銀사태’와중… 덩치 키운 日자본

2010년 이후 일본계 자금은 대부업체 대신 저축은행으로 발길을 돌렸다.

국내 법정 최고금리도 하락하면서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이나 이자 수익에선 별반 차이가 없어졌다. 그렇다면 굳이 이미지만 나쁜 대부업을 택할 유인이 사라진 것이다.

국내 최고금리는 2002년 연 66%, 2010년 44%, 2014년 34.9%, 지난해 3월 27.9%로 내렸다. 14년간 38%포인트를 낮췄다.

저축은행은 조달원가가 낮아 대출원가가 저렴하다는 것도 매력으로 작용했다. 저축은행의 조달금리는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예금보험료, 고객에게 줘야하는 수신금리에 불과하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대출 금리는 내려가지만, 대출 원가를 내릴 여력이 되는 만큼 마진 폭을 키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결정적으로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일본계 자본에는 시장 진입의 기회가 됐다.

일본계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쓰러져가는 매물들을 사들였다.

예금보험공사의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 관리백서’에 따르면 2011~2016년까지 총 저축은행 31곳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SBI홀딩스는 2013년 현대스위스저축은행(SBI저축은행)을, J트러스트는 2012년 미래저축은행(JT친애저축은행), 2015년 SC저축은행(JT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오릭스그룹은 2010년 푸른2저축은행, 2013년 스마일저축은행을 인수해 OSB저축은행을 탄생시켰다.

금융당국도 ‘저축은행 사태’로 골칫거리된 부실저축은행을 인수할 주체들이 필요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2011년 당시 부실 매물을 처리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던 상황에서 일본계나 대부업계가 부실 저축은행을 사들이는 것을 마냥 반대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계 자금은 가파른 속도로 저축은행 시장 영토를 넓혀나갔다.

전체 79곳 저축은행 자산의 약 20%를 일본계가 차지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일본계 저축은행 4개 사(SBI·OSB·JT친애·JT)가 전체 시장점유율의 18.4%를 차지했다. 2년 전(2014년 12월) 점유율(17%)보다 1.4%포인트 늘었다.

자산규모는 2년 사이 6조4123억 원에서 9조6393억 원으로 3조 원 이상 크게 증가했다.

◇日모기업 탄탄·소매금융 노하우… 성공리 안착

일본계 저축은행의 대표적인 특징은 탄탄한 모기업에 있다.

SBI홀딩스, J트러스트, 오릭스그룹은 전 세계에 지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 금융회사다.

1999년 7월 설립된 SBI홀딩스는 은행, 증권, 보험 등 분야를 중점으로 하는 금융 그룹사다. 세계 20여 개 국가에 216개 관계사를 두고 있다. 총자산 규모는 약 30조 원대다.

1977년 설립된 J트러스트는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몽고, 싱가포르 등에 진출해있다. 상업은행(인도네시아)도 운영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J트러스트는 일본에서는 신용보증사업, 채권회수사업, 신용카드 사업 등을 맡고 있다. 한국에선 JT친애저축은행, JT저축은행, JT캐피탈, TA자산관리 등 4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오릭스 그룹은 일본계 자본 중 가장 빠른 시기인 2010년 저축은행 시장에 진출했다. 오릭스 그룹은 OSB저축은행 외에도 한국 내 오릭스캐피탈, 오릭스 렌텍 자회사를 두고 있다.

오릭스 그룹은 1964년 설립돼 약 110조 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36개 국에 658개 영업점을 갖고 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이 한국 저축은행을 인수하게 된 것은 일본이 최고금리 20%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영업환경이 괜찮았기 때문”이라며 “일본계는 세분화된 신용평가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소매금융에 특히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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