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인 구글이 또 사생활 침해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온라인 광고 클릭 수와 오프라인 지출액 비교 분석을 이유로 수십억 개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매출을 추적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구글은 24일(현지시간) 온라인 광고가 실질 온·오프라인 구매로 이어지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거래 기록을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이날 블로그포스트에 신용카드 거래 정보 추적 서비스에 대해 “구글은 처음으로 모든 마케터들이 한 곳에서 다양한 채널과 기기들을 통해 그들이 진행하는 마케팅에 대한 효과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서비스로 구글은 미국 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거래의 약 70%를 추적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광고주에게 온라인 광고가 매출 신장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수치로 보여주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은 구글을 둘러싼 해묵은 사생활 침해 논란에 새로운 불씨를 지핀 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문제는 구글이 추적할 수 있는 것이 단순한 거래 정보에만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구글은 추적서비스를 통해 이용자가 어디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는 지, 언제 어디에서 온라인 광고를 보는지, 광고에서 본 제품을 검색하는지, 이후 오프라인 상점에서 해당 제품을 실제로 구매하는지 등 광고 노출에서부터 실제 구매까지 전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구글은 이미 유튜브, 구글맵, 구글플레이스토어 등 자사 인기 앱(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바탕으로 이용자의 검색 기록, 이용자 위치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글의 모든 서비스에 로그인한 순간 이용자의 정체성과 직결된 정보들이 구글 손으로 들어간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구글이 사람들을 감시하는 ‘빅브라더’를 넘어 ‘비기스트 브라더(biggest brother)’가 돼가고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구글은 신용카드 분석을 직접 하지 않고 제3자 분석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광고주에게 온라인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제3의 분석업체가 어디인지, 이 업체가 어떤 시스템을 바탕으로 신용카드 거래내용을 추적하고 분석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전자사생활정보센터 총괄 디렉터인 마크 로텐버그는 “기업들의 정보 수집이 점점 침입수준에 이르고 있는데 이들은 더 은밀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구글은 신용카드 추적 서비스에 사생활 보호 장치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구글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해당 서비스 컨셉을 수년 전에 만들었지만 개인정보 보호 솔루션을 개발하느라 그간 발표하지 않았던 것”이라면서 “사용자의 데이터는 안전하게 익명으로 취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신용카드 거래내역 추적 서비스는 광고주들의 광고비가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잠재우기 위해 내놓은 것이다. 최근 인종 혐오나 극단주의 정치 세력이 올린 유튜브 동영상에 기업광고가 게재되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반발하며 월마트와 펩시코 등 대형 광고주들 사이에서 보이콧 움직임이 일어났다. 구글은 지난해 온라인광고로 600억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거뒀다.
구글의 사생활 침해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사용자의 메일 계정을 살펴 아동 음란 영상을 유포하려던 남성을 수사 당국에 신고하면서 이용자 이메일 감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고, 2015년에는 구글이 사용 환경 개선을 이유로 학생들이 교실에서 사용하는 노트북 PC인 크롬북을 통해 인터넷 사용 습관을 추적하면서 개인 정보를 수집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