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증권계 이단아’로 불렸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이달 26일 강남 교보타워에서 열리는 북 콘서트 무대에 선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였던 만큼 증권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그였지만, 대중에게는 지난해 12월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 압력을 받았다며 거침없는 소신 발언을 한 것으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이력 때문일까. 그가 풀어낸 ‘경제, 알아야 바꾼다’는 출간되자마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책은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국회의원과 진행한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경제알바(경제, 알아야 바꾼다)’의 인터뷰 내용을 엮어 만든 책이다. 페이스북 팔로워 7만4000명을 보유한 소셜 인플루언서답게 방송은 시작 3개월 만에 조회 수 1600만을 기록했다. 본연의 진보 경제학자로 돌아가 사회와 경제, 정치에 대해 다양한 쓴소리를 내는 주 전 사장의 모습은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책 속 주진형 전 사장의 별칭은 ‘공(空)선생’이다. 진보에 가깝지만, 진보 진영 내에서도 쓴소리를 내는 어느 곳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설정이다. 다만, 임직원들에게 불호령을 내리던 전직 한화투자증권 사장 시절을 떠올리면, 작가의 모습이 쉽게 상상이 가지는 않는 것도 사실.
목차만 봐도 그의 거침없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일자리부터 재벌과 사법개혁, 구조조정, 금융, 직장민주화, 부동산, 교육, 연금, 저출산, 조세, 경제 성장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을 묵직한 울림으로 건드린다. 특히 저금리·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2030 젊은 세대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면서 호평을 받았다.
기존의 상식을 깨는 진보적인 면모도 두드러진다. “저는 한국을 일종의 ‘프랑켄슈타인 사회’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것저것 억지로 꿰맞춰 만든 사회, 전근대와 근대와 현대가 병존하는 사회죠. 외부로는 지나칠 정도로 개방되어서 수출입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90%가 넘는데 내부는 폐쇄적 권력이 좌지우지하는 체제입니다. 경제력은 세습 재벌 주도 체제로 되어 있고, 국가 운영은 중앙관료에게 모든 권력이 위임되어 있습니다.”(2장. 재벌과 사법개혁 발췌)
일반 서민들에게 올바른 금융·경제 진실을 알려주고 싶다던 주 전 사장의 다양한 행보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