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일하기 좋은 마을, 살고 싶은 동네

입력 2017-10-2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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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가 넉넉해졌다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만성적 저성장, 높은 실업률, 심각한 기후변화, 저출산·고령화 등 난제가 많다. 특히 인구와 자본이 빠져나간 일부 지역에서는 생활 편의 기반 낙후, 경제활력도 저하, 다문화 가족 증가에 따른 변화 등이 겹쳐 공동체 유지마저 위협받고 있다.

지역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커뮤니티 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 활성화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란, 말 그대로 소규모 공동체(커뮤니티)들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펼치는 사업이다. 같은 생활공동체에 살기에 그 지역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지역 내 자원을 활용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라지는 지역 문화를 되살리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며 결과적으로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게 된다.

일본 나가노(長野) 현의 작은 농촌마을 쇼가와는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성공 사례다. 내세울 만한 특산물이나 자원도 없이 고령화로 고민하던 이 마을은 일본식 만두인 오야키를 만들어 파는 마을기업을 세웠다. 종업원의 80% 이상은 마을에 살고 있는 60세 이상 주민으로 채용했으며 만두소로 들어가는 채소도 현지 어르신들이 직접 재배한 것으로 조달한다. 추억의 먹거리를 구매하고, 전통 제조방식을 체험하려는 사람들로 마을은 북적이기 시작했다. 관련 매출도 연간 8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주인의식을 가진 지역민들의 적극적 참여만 보장된다면 순수 영리법인은 물론이고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등 다양한 형태로 할 수 있다. 거창한 아이템이 아니어도 된다. 기술 중심 제조업부터 문화생활, 복지 같은 서비스 업종까지 제한이 없다. 빈 학교 부지를 활용해 마을 소유의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고 신재생에너지 관련 체험이나 교육을 같이 진행하면 어떨까. 피부 미용에 좋은 지역 특산물을 뷰티 제품으로 상품화하고 지역만의 스토리를 담아 마을기업 브랜드로 판매할 수도 있다.

지역 특성을 살린 생활밀착형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성공적으로 안착되면, 주민들의 경제활동이 늘어나고 지역경제도 생기를 되찾을 수 있다. 떠났던 사람들은 돌아오고 교통, 편의시설도 보강될 것이다. 지역의 정주 여건 개선 및 공동체 문화의 복원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셈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첨단기술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산업 현장의 모습을 뒤바꾸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려면 원천기술 연구개발은 물론이고,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와해성 기술이 시장에서 많이 탄생하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연구개발(R&D)을 지원해야 한다.

다만, 기술은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복잡한 하이테크(high tech) 외에 단순하지만 꼭 필요한 로테크(low tech)도 존재한다. 편리한 하이테크는 기존 일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지만, 생활 밀착형 로테크는 없던 일자리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많다. 지역 문화와 환경을 보호하고 고용 창출 효과까지 뚜렷하다면 로테크라도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주민들의 지혜로 지역의 경제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커뮤니티 비즈니스야말로 내가 사는 곳을 ‘일하기 좋은 마을, 살고 싶은 동네’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지역에 있는 크고 작은 풀뿌리 커뮤니티들이 직주일체(職住一體)형 좋은 일자리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중소벤처기업부의 12개 지방청은 물론이고 혁신도시에 이전해 있는 선도 공공기관들도 상생 차원에서 세심히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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