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스타트업 10곳을 뉴욕 투자사들에 소개하는 등 스타트업 지원에 앞장서겠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던 서울시가 오히려 스타트업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카풀 스타트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한국판 우버’의 탄생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스타트업 ‘풀러스’ 고발...서비스 존폐 위기= 8일 서울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택시물류과 택시정책팀은 7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카풀(승차공유) 스타트업인 ‘풀러스’를 고발 조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풀러스가 이날부터 시범 서비스한 ‘출퇴근 시간선택제’서비스가 법에 저촉된다는 이유에서다. 출퇴근 시간선택제에 따라 풀러스의 서비스제공자(운전자)는 시간대와 관계없이 각각 4시간씩 출퇴근 시간을 설정해 하루 8시간씩 일주일에 5일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서울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운수법) 81조에 근거해 이를 불법으로 판단했다. 이 조항에는 카풀은 퇴근 시간에 차량이 혼잡할 때 혼잡 완화를 목적으로 도입됐다고 명시돼 있다. 풀러스 서비스제공자가 출퇴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어 혼잡하지 않은 낮 시간대에 카풀 유료 서비스를 시행하게 되면 당초 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게 서울시 주장이다.
하지만 풀러스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운수법 81조에는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 유료 운송이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이 있는데 정부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풀러스가 낮 시간대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출퇴근유연근무제가 정착되면서 근무형태가 다양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근무형태에 맞춰 출퇴근 시간도 단순히 아침과 저녁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풀러스 관계자는 “지난 7월 풀러스는 출퇴근시간 선택제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우려를 접하고 서비스 출시를 4개월 이상 연기하며 관련 전문가들과 합법적 범위 내에서 서비스가 운영될 수 있도록 조정을 거쳐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며 “이번 고발 조치는 4차산업혁명 및 ICT 산업 육성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 자율업이니 관에서 따로 제재하려는 것은 아니고, 다만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어 보여 경찰측에 조사를 요청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스타트업계, "정부 규제가 ‘한국판 우버’가로막는다" 비판= 논란이 일자 IT업계 핵심 인물들이 정부 규제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7일 자신의 SNS에“여러 가지 얽힌 문제를 인내를 가지고 풀 생각을 해야지 현상유지만 하려는 공무원들과 정부의 대응이 아쉽다”며 “공유도시를 자처하는 서울시의 대응이 이 정도라면 과연 어떻게 신사업을 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배달의민족’을 만든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도 7일 자신의 SNS를 통해“이렇게 스타트업을 규제할 거면 처음부터 왜 창업하라고 이야기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정부에서는 수조 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해 스타트업 지원에 앞장서겠다고 하면서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창업시키고 돈 주고 범법자 만들려고 하는 것이냐”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업계에선 이같은 정부의 그림자 규제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언제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예상할 수 없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법령 해석만 달리 해도 해결될 수 있는 규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카풀 서비스는 택시와 버스 등 기존 운수업체와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 정부기관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아왔다. 실제로 지난 8월 초 3대 카풀 서비스 중 하나였던 ‘티티카카’가 사업을 접었다. 티티카카는 경로가 비슷한 자가용 운전자를 매칭해주는 모바일 앱으로, 카풀 이용이 불가능하거나 근처에 차량이 없을 경우 택시를 호출하는 서비스였다. 출퇴근 시간대에만 승객을 태울 수 있도록 규정한 정부 규제 때문에 사용자 확대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사업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