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쟁에서 ‘다크호스’를 자처하며 선두 자리를 노리는 기업이 있으니 바로 중국의 구글 ‘바이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의 연구를 인용해 바이두가 미국의 선두주자들을 따라잡고, 중국 내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취하고 있는 새로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분석했다.
바이두는 지난해 4월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아폴로’ 프로젝트를 발족했다. 아폴로는 자동차 제조업체와 반도체 업체, 데이터 업체 등 업계 간 칸막이를 없애 다양한 전문지식을 한데 모으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발족 14개월 만에 100개가 넘는 글로벌 파트너들이 참여했다. 개발자는 이 플랫폼의 다양한 도구 중 필요한 것을 활용해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다. 바이두는 아폴로를 통해 전문분야인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집중하고, 자동차 제조업체는 연구·개발(R&D) 비용을 따로 늘리지 않고도 플랫폼을 활용해 하드웨어 생산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바이두의 아폴로가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와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구글은 자체 핸드폰을 만들지 않는 대신 소프트웨어, 즉 OS 개발에 집중했다. 또 안드로이드 OS를 오픈소스로 개방하면서 누구든 스스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해 점유율에 있어 애플의 iOS를 압도했다. 바이두 역시 자율주행차 생산이 아니라 자율주행차의 ‘두뇌’에 집중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바이두는 지난해 R&D 지출을 늘리고 15억 달러(약 1조7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영상기술이 뛰어난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기업 전체 매출에서 R&D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바이두 15.2%, 구글 15%, 테슬라 12%였다.
소프트웨어만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로빈 리 바이두 최고경영자(CEO)의 답은 ‘파트너사들과의 연계’다. 아폴로에 접근하는 파트너사들은 바이두의 광범위한 모바일 지도 ‘바이두지도’를 활용한다. 신문에 따르면 바이두는 이들에게 지도 데이터를 팔아 서비스 요금을 거둬들이거나 아예 차체 가격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수익 창출을 고려 중이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는 주행테스트와 시뮬레이션에서 얻은 데이터가 관건이다. 바이두는 고화질 지도와 AI에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 부문 웨이모나 테슬라 등 경쟁사가 수집·확보한 주행데이터양에는 못 미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바이두는 파트너사들이 플랫폼에 제공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 접근하고 있다. 바이두는 1월 미국과 서유럽 기반의 네비게이션 제조업체 톰톰과 제휴해 광범위한 지도 데이터를 구축하기도 했다.
바이두의 적극적 확장에 중국 정부도 발맞추고 있다. 지난해 11월 바이두를 자율주행차 분야 국가 프로젝트 선두주자로 인정하고 여러 도시에서 자율주행차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공공도로에서 주행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바이두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인 텐센트, 상하이자동차, 중국 1등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 등에도 자율주행 테스트 권한을 부여했다.
바이두에 남은 과제는 안팎으로 치열한 경쟁을 견디면서 데이터를 활용하고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밖에서는 이미 반(半)자율주행차를 시판 중인 테슬라가 중국에 대규모 제조 공장을 세우기로 하면서 압박하고 있다. 또 웨이모는 우버와 손잡고 우버 차량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내 가장 위협적인 경쟁사는 2100만 대의 공유 차량을 운영하는 디디추싱이다. 2016년 우버차이나를 인수한 디디추싱은 자체 데이터 수집 기술을 등에 업고 수익 창출의 무한궤도를 잇고 있다.
이에 바이두는 중국과 미국에서 여러 자동차업체와 제휴를 맺고 향후 수개월 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할 방침이다. 1월에는 미 캘리포니아주에 기반을 둔 대중교통 업체와 손을 잡고 장애인과 노인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자율주행 시범 운영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궁극적으로 자율주행차 시장에서의 승자는 최고의 소프트웨어, 즉 풍부한 데이터 원천을 가진 기업이 되리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