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쏘카 대표는 내달 2일 위촉장을 받고 혁신성장본부 공동 민간본부장에 선임되면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민관 합동인 혁신성장본부는 공유경제와 입지 등 각종 핵심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하고 대규모 국가 투자 프로젝트 발굴 업무를 맡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혁신성장본부를 방문한 뒤 “민간에서 이재웅 쏘카 대표가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최근 인터뷰에서 규제개혁과 관련해 최우선 개혁 분야로 공유경제, 그중에서도 승차공유(카풀)를 꼽았던 만큼 이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기 위해 이 대표를 영입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이 대표는 1995년 다음 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한 국내 벤처 1세대로, 200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IT업계 멘토로 활동해 왔다. 올해 4월 쏘카 대표로 취임하면서 승차공유 서비스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으며 16일에는 커플앱 ‘비트윈’을 개발한 VCNC를 인수하며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인터넷시대 초창기부터 산업을 일군 경험을 통해 공유경제와 관련한 다양한 규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 쏘카를 운영하면서 공유경제 현안에 깊숙이 관련돼 있는 만큼 다양한 IT관련 인맥과 노하우를 통해 이를 해결할 만한 역량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IT업계 한 관계자는 “이재웅 대표가 쏘카를 맡은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IT와 스타트업 관련 지식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전문가”라며 “정부와 스타트업 사이의 가교 역할을 누구보다도 더 잘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성장본부가 규제 혁신 최우선 순위로 손꼽는 승차공유 서비스 업체의 최대주주인 이 대표를 본부장으로 선임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 대표는 카셰어링 앱인 쏘카의 대표일뿐 아니라 또다른 카셰어링 스타트업 ‘풀러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조차도 스타트업 규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민간본부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크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승차공유 산업의 이해관계자인 택시업계와 끝장 토론(해커톤)을 통해 카풀 규제를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택시업계의 거부로 토론이 무산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재웅 대표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IT업계와 정부는 대응 방식이 다르다”라며 “스타트 업계의 목소리를 얼마나 잘 전달하고 이해관계자(카풀의 경우 택시업계)와의 갈등을 얼마나 중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