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경제특구의 한 벤처기업과 도쿄도가 이 같은 제안을 내놓았다. 급여를 스마트폰에 보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인 도레미홀딩스 관계자는 6월 14일 국가전략특구 자문 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휴대전화의 전자 지갑에 디지털 화폐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업체 측은 “이는 외국인에 대한 대책이 될 뿐만 아니라 소비도 촉진할 것”이라 주장했다.
앞서 3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도 특구 관련 회의에서 ‘페이롤 카드’를 언급했다. 이 카드는 은행 계좌를 통하지 않고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카드로 2019년 미국서 1200만 명 이상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이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주로 도입하고 있다.
고이케 지사가 이 카드를 언급한 것은 최근 외국인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외국인이 일본에서 은행 계좌를 만들려면 일본 내 주소와 1년 이상 체류자격이 있어야 한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외국인 노동자는 127만 명에 달하며 전년보다 18% 늘었다. 도쿄도 측은 “급여 이체 계좌를 열 수 없다는 문의가 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규제 완화 논의가 정부 내에 논쟁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금없는 사회로 가속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후생노동성은 신중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1947년 제정된 노동기준법은 ‘원칙적으로 회사는 급여일에 현금을 봉투에 넣어 직원에게 전달한다’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은행 계좌로의 급여 이체도 예외로 취급하는 고색창연한 규제이다. 규제 완화에 신중한 후생노동성은 노동자 보호가 우선이라고 본다. 현금 이외의 급여를 폭넓게 인정하면 ‘블랙기업’들이 신뢰할 수 없는 독자적인 가상화폐로 종업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등 악용 우려가 있어서다. 고이케 도지사의 요청 이후 5개월이 흘렀으나 후생노동성은 규제 완화에 회의적이다.
일본의 ‘캐시리스’ 결제 비율은 20% 정도로 90%에 이르는 한국과 40~50%인 미국 및 유럽보다 크게 낮다.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이 비율을 4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현금 외 급여 지급 허용은 그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신문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캐시리스라면서 디지털 화폐는 안전성과 파산 시 보상 문제, 편리성 등 과제가 많지만 현금없는 사회를 막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핀테크 업계를 중심으로 “성역 없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