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초호황을 누렸던 석유화학이 급격한 하락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석유화학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 가격이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급락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 마찰의 영향으로 분석되는데, 호황 국면에서 추가 증설 계획까지 세운 석유화학, 정유업계는 이제 과잉 생산을 우려하게 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 에틸렌 평균 가격은 톤당 991달러(약 113만 원)를 기록했다. 전주(1091달러, 약 125만 원)보다 약 10% 줄어든 수치다. 9월 평균가격(1289달러, 약 147만 원)과 비교했을 때는 23%나 하락했다.
에틸렌은 자동차, 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기초원료다. 에틸렌 가격 하락으로 10월 넷째 주 에틸렌 스프레드(원료가격과 제품가격 차이)는 톤당 353달러(약 40만 원)를 기록했다. 업계에서 손익분기점이라고 여겨지는 300달러(약 34만 원)에 가까워진 것이다.
한동안 에틸렌 가격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7월에는 톤당 1386달러(약 158만 원)까지 상승했다. 에틸렌 가격이 갑작스럽게 하락하게 된 배경에는 미중 무역 분쟁이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로부터 에틸렌과 같은 원료를 수입해 가공품을 만들어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무역분쟁으로 인해 중국의 에틸렌 수요는 줄어들었고,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현재 국제유가 상승 추세가 멈추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에틸렌 가격도 올라야 하는데 수요가 부진해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에틸렌 마진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틸렌 가격 하락은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직격탄을 날릴 전망이다. 업체들은 에틸렌 초호황 시기 때 초과수요에 대비해 생산시설 증설 계획을 세웠다. LG화학은 여수공장에 2조6000억 원을 투자, 2021년부터 80만 톤의 에틸렌을 추가 생산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NCC(납사분해시설)를 투자, 올해 말까지 450만 톤 규모 생산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정유업계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정유업계는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석유화학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5조 원을 투입해 2023년까지 연 150만 톤의 에틸렌 생산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외에도 GS칼텍스는 2조6000억 원을 투입, 2020년부터 에틸렌 70만 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합착해 2021년까진 에틸렌 75만 톤을 생산할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실적 부진 조짐은 3분기부터 나타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6024억 원을 기록했지만, 이는 작년 같은 기간(7897억 원)보다 23.7% 감소한 수치다. 다음 달 1일 실적 발표되는 롯데케미칼의 시장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7662억 원)보다 약 26% 하락한 5620억 원이다. 업계는 에틸렌 가격 급락에 대비해 사업 다각화와 같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화케미칼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부정적 시그널이 많은 건 사실”이라며 “다만 상황에 따라 긍정적인 대내외적인 변수가 생길 수 있을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