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직원들이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 모였다. 정장을 벗고 머리띠를 두른 채 구호를 외쳤다.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움직임에 카드업계가 잔뜩 움츠러들었다. 지난해 카드사는 1조20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올해 정부는 ‘수수료 1조 원+α’ 인하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방안대로 수수료 인하가 단행될 경우 카드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카드업계 종사자들이 때 이른 추위에도 거리로 나선 이유다.
전국금융산업노조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등 카드사 노조 관계자들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있는 민주당 당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벌인 뒤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약 100여 명의 참가자는 쌀쌀한 날씨에도 30분 넘게 발언과 구호를 이어갔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의 일방적인 카드수수료 인하방안 시행 중단과 차등 수수료제 도입을 주장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우리카드 지부 장경호 위원장은 “정치권과 정부는 임금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 카드사에 그 책임을 전가하고자 (수수료 인하) 명분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가 카드사 마케팅 비용 축소분을 수수료 인하 손실 보전에 사용하려는 논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장 위원장은 “마케팅비용 6조 원을 줄여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수수료를 낮춘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형 가맹점 수수료를 1.5%로 낮춘다면 그들에게 오히려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고, 이미 골목상권을 장악한 대형 가맹점이 수수료까지 낮아진다면 (고객은 영세 소상공인이 아닌) 대형 업체만 이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드사 노조 측은 내주 예정된 금융당국의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산출 발표 결과를 확인한 뒤 천막농성 철수 여부와 카드노조 총궐기 결정 등 추가 행동을 결정할 방침이다.
카드업계의 외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일에는 국회 앞에서 카드사 노조는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에 반대하고, 현재 민주당 내 카드수수료 개선위원회에 직접 참가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한 바 있다. 이 자리에는 카드사 관계자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설계사 협회와 카드 배송업체 대표 등 관련 종사자들이 모두 나와 정부의 수수료 인하 방안을 비판했다. 업계는 카드업계 종사자 규모가 약 4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수수료 인하 단행 시 곧장 전 카드업계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카드사 3분기 당기순이익은 대부분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신한카드는 1136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4%포인트(P) 순이익이 줄었다.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 역시 각각 12.1%p와 4.4%p 줄어든 807억 원과 769억 원의 3분기 순이익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7월 시행된 밴(VAN) 수수료 정률제 개편에 따라 카드 수수료 역시 0.2%가량 줄어든 여파로 풀이된다.
이에 현대카드는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과 함께 한 컨설팅 그룹의 진단에서 약 400명의 인력을 줄여야 한다는 결과를 통보받아 구체적인 후속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등은 희망퇴직을 시행한 바 있다. 여기에 롯데카드는 롯데그룹 개편에 따라 매각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카드업 불황에 전망까지 불투명해져 인수 대상 물색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 1호 과제가 일자리 창출이었고, 카드사도 지난해 비정규직 전환 등 동참했다”며 “하지만 이제 카드수수료 인하로 카드사 인력 감축을 피할 수 없게 됐으니 정부와 여당이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