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년 공공임대 임차인이 높은 분양가로 분양전환을 포기할 경우 임대 기간을 연장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정작 임차인들이 반대하는 내용이라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10년 공공임대 임차인이 분양전환을 포기한 주택을 LH가 매입해서 다시 임대해주는 임대기간 연장안을 추진한다.
이 내용은 국토부가 연내 확정 발표하기로 한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 종합지원방안’의 핵심으로 전해진다.
또한 이번 지원방안에는 분양 전환하는 임차인에게 주택도시기금으로 저리의 대출을 제공하는 것과 사업 주체가 분양전환 가격 결정 전 임차인과 의무적으로 협의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국토부는 임차인들이 높은 분양전환 가격에 대해 거듭 항의하자 임대기간 연장, 전환 가격 산정 전 임차인과의 협의 의무화 등을 도입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임차인들이 변경 요구하는 분양전환 가격 산정방법을 두고는 ‘이미 계약한 내용을 임의로 바꿀 수 없다’는 원칙적인 수용 불가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번 지원방안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임차인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국토부가 자신들의 반대하던 방향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임차인들은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을 5년 공공임대 방식으로 하거나 분양가상한제에 준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5년 공공임대의 경우는 건설원가·감정가액의 평균으로 분양전환가를 산정하며, 분양가상한제는 사업자에 적정이윤만 보장하는 형태로 분양가를 산정한다. 두 방법은 감정평가로만 분양가를 정하는 현 방식보다 임차인의 부담을 덜 수 있다.
김동령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회장은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내용을 반대하기 위해 연합회가 전국 66개 단지에서 5만 명의 청원을 받은 바 있다”며 “지난 21일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금 정부안과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을 때도 임차인들이 단체로 몰려가서 항의해 철회를 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정부안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임차인에게 보장된 ‘우선분양 전환권’을 포기하게 만드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동령 연합회장은 “분양 전환하는 공공임대 취지는 임대의무 기간에 열심히 돈 모아서 내 집 마련 기회를 보장받으라는 것으로, 우선분양 전환권은 단순히 분양의 우선순위가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 집 마련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라는 법적 장치”라며 “이를 뒷받침하는 판례도 많기 때문에 임차인과 국토부가 법적 다툼으로 갈 경우 우선분양 전환권은 국토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임대기간 연장을 퇴로처럼 만들어 우선분양 전환권을 포기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우선분양 전환권 자체의 취지에 완전히 어긋나는 내용이다”며 “연합회는 이에 대해 분명한 반대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한편 연합회 인터넷 공식 카페에서는 정부안에 대해 ‘시간 줄 테니 나가라는 얘기’, ‘어차피 오를 곳이기 때문에 건설사로부터 주택을 매입해 임대 기간을 늘려도 LH가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둘 내용’이라는 등 부정적인 평가가 게시판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