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에 따르면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AP, 블룸버그통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로이터통신 소속 취재기자 4명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찬 취재에서 제외했다. 이들 기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오후 6시28분(한국시간 오후 8시28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호텔에서 260일 만에 다시 만났다. 각각 오른쪽과 왼쪽에서 걸어나온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반갑게 인사하고 악수를 나눈 뒤 기자들을 향해 섰다. 포토타임이 진행되는 동안 기자들은 질문을 던졌다. 한 기자가 “북한 비핵화에 관해 물러선 적이 있는가”라고 묻자 트럼프는 “아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또 “종전 선언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엔 “지켜보자”라는 답을 내놨다. 그런데 일부 기자들이 트럼프를 향해 ‘민감한’ 질문을 쏟아냈다. 현재 미국에서 “트럼프는 사기꾼”이라며 폭탄 증언을 예고한 트럼프의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트럼프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을 피했다.
이후 샌더스 대변인의 기자 취재 제한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비공개 회담 이후 만찬 행사 때 13명의 백악관 기자단 중 사진기자와 TV팀만 들어올 수 있다고 통보한 것이다. 미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백악관은 월스트리트저널 소속 기자 1명의 취재만을 허용했다. 그는 저녁 만찬 때 질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미국 기자 1명과 북한 사진 기자와 카메라 기자가 만찬 취재를 진행하게 됐다.
이 같은 백악관 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자들은 백악관의 취재 제한 조치는 언론에 대한 ‘과도한 보복행위’라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미국 역사가 부여한 권한인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기자들은 특히 언론의 자유가 없는 독재정권의 지도자와 만난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더 심각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악관 취재기자단의 올리비에 녹스 회장은 성명을 발표해 취재 제한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은 미 대통령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들로부터 활발한 질문들을 받아들임으로써 그 힘을 과시하는 기회여야지 마지막 순간에 임의로 취재를 제한해 취약함을 드러내서는 안된다”며 남은 정상회담 기간 중 언론과 합의됐던 사안들을 더이상 깨지말 것을 요구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논란이 커지자 “회의의 민감성 때문에 만찬 풀단을 소규모로 제한했지만 사진기자, TV, 라디오 대표들이 모두 만찬장 안에 있을 수 있도록 보장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