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가 들으면 시험 점수 100점 만점을 얘기하는 걸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는 시험 점수 100점이 아닌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를 두고 나눴던 대화 중 일부다.
BSI는 산업연구원이 분기마다 1000여 개의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이번 분기 현황(실적)과 다음 분기의 경기 전망 조사다. 조사 항목은 제조업 전체에 대한 시황, 매출, 수출 등이며 분류별(ICT 산업, 중화학공업, 경공업) 기업 규모별(대기업, 중소기업), 업종별로 조사한다. 100을 기준으로 높으면 개선, 낮으면 반대다. 즉 100은 현상 유지를 뜻한다. 최근 몇 분기 동안 이 BSI 주요 항목 중에서 100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올해 1분기 현황(실적)에서 시황은 77(-10·이하 전 분기 대비 증감), 매출은 75(-4), 수출은 88(-5), 경상이익은 78(-1), 자금사정은 75(-8)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 예상한 올해 1분기 전망치에 비하면 감소 폭이 더 크다. 이는 1분기엔 나아지겠지라는 업계의 기대감이 뚜껑을 열어보니 산산조각 난 것이다.
지난 5년간 BSI의 실적을 되돌아봐도 시황, 매출, 내수, 수출에서 100 이상이었던 적은 2014년 수출(101)을 빼곤 없다. 그만큼 제조업 현장에선 실적이 악화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다만 올해 2분기 전망치는 100 이상인 항목은 꽤 나왔다. 매출(102), 수출(101), 국내시장출하(100) 등 제조업계가 2분기엔 그나마 기대를 하는 모양새다. 내려올 대로 내려온 경기가 이제 바닥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기대를 거는 것일 수도 있다. 세계 경기가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일 수도 있다. 이 같은 기대가 현실이 되길 바라지만 국내외 기관들이 내놓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보면 회의적이다.
이달 초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회예산정책처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GDP)을 2.5%로 전망했다. 정부, 국내외 기관의 전망치보다 0.1~0.2%P 낮은 수치다. ADB는 지난해 9월 한국의 2019년 경제성장률을 2.8%로 내다봤다가 12월엔 0.2%P 낮췄고 이번에 2.5% 조정했다. 예정처도 ‘2019 경제전망’에서 우리 경제성장률을 2.5%로 낮춰 잡았다. 이들 국내외 기관은 미국·유럽 등 세계 주요경제권의 성장둔화와 무역 긴장 확대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지니 여기저기서 한숨이 나온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지인은 “회사 사정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조만간 문 닫는 것(폐업) 아닌가 걱정”이라고 했다.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진 않는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하고, 청년을 위한 취업 지원 대책을 내놨고, 기업들을 위한 규제 특례(규제 개혁)도 발굴하고 있다. 우보만리(牛步萬里)에 공감하지만, 우리 경제가 부진에서 허우적거리는 상황은 위태롭기만 하다. 정부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경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다. ri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