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고지식

입력 2019-07-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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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늘 쓰는 말 가운데 ‘도대체’, ‘어영부영’ 등처럼 얼핏 보기에는 순우리말인 것 같지만 실은 한자말인 단어가 많다. 그런가 하면 영락없는 한자말인 것 같은데 국어사전에는 순우리말로 분류된 단어도 있다. ‘고지식’이 바로 그런 예이다. 고지식하다는 것은 “성질이 외곬으로 곧아서 융통성이 없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굳을 고(固), 알 지(知), 알 식(識)을 쓰는 ‘固知識’으로 알고 있다. 고지식을 ‘굳은 지식’이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에 고착되어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곧 고지식한 것이므로 ‘固知識’이라고 쓰는 것도 터무니없는 발상만은 아닌 성싶다. 그런가 하면, ‘높을 고(高)’를 써서 ‘高知識’이라고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높은 지식’이라는 뜻인데 자기가 가진 지식을 최고로 여겨 제 지식에 맞춰서만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사람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어허! 대단히 높은 지식이군”이라는 의미로 던지는 말이 곧 ‘高知識’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固知識’일 수도 있고, ‘高知識’일 법도 한 단어인데 ‘고지식’이 한자말이 아니라 순우리말이라고 하니 다소 의아한 면이 있다. 그렇게 순우리말로 분류한 국어사전이 오히려 고지식해 보인다.

고지식한 사람들이 많다 보면 사회적인 소통이 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박정희 독재시대에는 북한의 공산당 사람들을 마치 머리에 뿔이라도 난 것처럼 험하게 형상화하여 각인시키는 교육을 했다. 매일같이 “때려잡자 김일성, 무찌르자 공산당”이라는 구호를 외치게 하는 반공교육을 했다. 세월이 흘러 구소련의 무너진 공산당도 보았고, 우리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만나 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논의하는 장면을 보고서도 여전히 그 옛날 박정희 독재시대에 강요했던 반공교육의 이념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고지식한 사람들이다. 固知識도, 안하무인의 高知識도 다 털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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