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가 중국 경제에 대한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고의적으로 떨어뜨렸다는 증거가 거의 없는 것으로 봤으며 이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트럼프 정권의 주장과 정면으로 대치된다고 10일(현지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IMF는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위안화는 전반적으로 다른 통화에 대해 안정적이며 경제 펀더멘털과도 부합해 인민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다만 IMF는 중국 측에 “관세 충격을 완화하려면 환율이 유연하고 시장에 따라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IMF 보고서는 지난해 중국의 통화정책과 위안화 환율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중 양국이 무역에 이어 새로운 통화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IMF가 중국 편을 들어주면서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앞서 달러·위안 환율이 지난 5일 11년 만에 처음으로 마지노선으로 간주하는 ‘7위안’을 돌파하자 미국 재무부는 같은 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IMF와 협력해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전날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무역 관점에서 자신들의 통화 가치를 조작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그들이 계속해서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더욱 강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중국은 관세를 무력화하려는 목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10% 이상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언론매체는 IMF 보고서를 근거로 11일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일제히 비판했다. 인민일보는 평론에서 “IMF 결론은 중국이 환율조작국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며 “미국의 중국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은 웃음거리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도 사설에서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막으려는 흉측한 의도로 환율조작국 지정 조치를 취했다”며 “이는 힘센 국가가 근거 없는 구실로 라이벌을 무책임하게 짓밟을 수 있다는 해로운 전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IMF는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가 아직 관세가 적용되지 않은 나머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면 향후 1년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부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