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의 끝자락이 되면서 늦휴가를 떠나는 사람은 대개 바다보다는 깊은 산 계곡이나 그윽한 산사를 찾는 것 같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잠시나마 세상을 잊고서 순전히 나만 바라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종교와 관계없이 그윽한 산사에 들어가 예불 종소리도 들어보고 새벽 예불에 참가해 보는 것도 다 세속에 찌든 때를 벗어내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옛 사람들도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서 두메산골로 들어간 사람들이 많다. 입추가 지난 지 나흘째 되는 오늘, 여름의 끝자락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두메산골 속에 나를 감춰볼 수 있다면 무척 의미가 있고 행복한 경험이 될 것이다.
두메산골은 같은 뜻의 두 단어인 두메와 산골이 겹쳐져 이루어진 말이다. 두메는 다시 ‘두+메’로 이루어진 단어로 짐작되는데, ‘두’는 한자 ‘막을 두(杜)’이고, 메는 ‘산(山)’의 고어이다. 그러므로 두메(杜메)는 ‘꽉 막혀 외부와 단절된 산’이라는 뜻이었는데 현재는 대개 “도회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변두리나 깊은 곳”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산골은 당연히 ‘산골짜기’ 혹은 ‘산 고을’이라는 뜻이니 두메산골은 메와 산골이라는 같은 뜻의 두 단어가 겹치고, 거기에다 ‘막힘’을 뜻하는 ‘두(杜)’를 붙임으로써 외부와 막힌 깊은 산골을 뜻하는 말이 된 것이다.
이처럼 순우리말인 것 같아도 섬세하게 따지고 보면 한자와 연관이 있는 단어가 많다. 우리말을 제대로 알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자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그런 한자를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않고 있으니 학생들은 어휘에 담긴 본래의 뜻이나 나중에 진화한 더 깊은 뜻을 알기가 쉽지 않고, 설령 안다고 해도 왜 그런 뜻인지를 따져보지 않은 채 ‘그런 뜻이려니’ 하는 짐작으로만 이해하고 있으니 문장 이해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메산골에 들어가 쉬는 기회에 우리말에 대한 깊은 성찰도 한번 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