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충북 청주에 위치한 두본에서는 화학제품의 물성 등을 결정하는 복합첨가제가 쉬지 않고 만들어지고 있었다.
6층 높이의 복합첨가제 생산시설의 맨 꼭대기층에서 화학업체가 주문한 레시피에 따라 각종 화학첨가제를 투입호퍼에 넣으면 아래 2개 층에서 섞여 쌀알 크기의 복합첨가제가 나오는 식이다.
직원 수 70명의 평범한 중소기업처럼 보이는 이 기업은 세계 굴지의 화학 경쟁업체와 복합첨가제 분야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톱 화학 업체들과 거래하는 탄탄한 강소기업이다.
두본은 석유화학업체의 공정상 합성수지의 물성 및 사양 등 성능개선을 위한 각종 화학첨가제를 업체별 사용 용도 및 설비에 맞는 다양한 형태로 재료를 배합해 하나의 ‘원팩(One Pack)’ 형태로 제조ㆍ공급하고 있다. 원팩을 받는 화학업체들은 제조 원료 투입의 정확도 및 생산효율, 작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복합첨가제 글로벌 시장의 강자는 바스프이지만 두본은 원팩을 통해 국내 복합첨가제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고 글로벌 점유율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현재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LG화학 등 대부분의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에 원팩을 공급하고 있다.
이대희 두본 사장은 회사의 성장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이 성공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사장은 “90년대 화학회사들은 화학첨가제를 직접 배합해서 썼는데 배합 과정에서 오투입이 되는 등의 문제로 불량률이 높아진다는 걸 발견해 우리가 이 배합 과정을 담당하는 사업을 시작했다”며 “대다수 대기업에서는 관심이 없었지만 롯데케미칼만 이를 시행해서 바꿨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 회사가 도산 위기에 있었지만 롯데케미칼 덕에 회생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모든 대기업에서 원가 절감을 하라고 하면서 워크아웃도 어려운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이 금융권에 ‘기술력 있는 회사이며 두본에서 생산하는 건 다 사줄 것’이라는 보증을 해줘서 산업은행 워크아웃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롯데케미칼이 현재 청원공장에 있는 5개의 생산라인 중 2개를 30년 거치 리스 방식으로 지원받았고 자금결제도 월 1회에서 2회로 지급해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만약 원팩을 만들지 않았다면 화학회사들은 해외 경쟁사에 대외비인 재료 비율을 넘겨 복합첨가제를 만들고 가격도 부르는 게 값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두본은 롯데케미칼과의 협력을 통해 일본 등 소수업체만 만들 수 있던 화학첨가제 ‘하이드로탈사이트’의 국산화에 성공하며 이를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제품 개발과정에서 롯데케미칼의 지원이 돋보였다. 두본이 롯데케미칼 대전 연구원에 있는 고가의 연구장비를 무상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다.
이 사장은 “일본 수출규제에 따라 소재 국산화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상 중소기업으로선 대기업에서 도와주지 않는 이상 힘들고 우리도 롯데케미칼이 전량 써주고 자금 지원까지 해주며 밀어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본은 제2의 전환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롯데케미칼타이탄의 말레이시아 공장을 따라 동반 해외 진출을 결정한 것.
이에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공장의 약 1만3000㎡(약 4000평)의 토지를 임차하고 핵심 설비 역시 판매 후 리스 방식으로 지원함으로써 초기 설비 투자 금액의 부담을 덜어줘 공장 안정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또 전기·산업 용수 등의 인프라 설비 건설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우리 같은 중소기업의 경우 글로벌 성장 기반 마련에 상당한 애로사항을 가지고 있는데 대기업의 지원과 해외 진출 노하우가 더해져 한결 수월하게 해외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동남아 시장 진출의 첫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장 건설로 매출액 역시 600억 원대에서 곧 1000억 원까지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케미칼 역시 두본의 말레이시아 진출로 화학 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첨가제의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해져, 제품의 레시피 보호 및 품질 개선, 물류비 절감 등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롯데케미칼은 임병연 대표이사의 동반성장 주문에 따라 두본 등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임 대표는 “국내 중소 협력사의 성장을 위해서 대기업이 해야 하는 부분이 반드시 있고 항상 고민하고 있다”며 “국내 산업 발전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협력하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