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국책은행의 명예(희망)퇴직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올해 처음 만났지만, 각자 입장차만 확인했다. ‘의견청취’ 수준으로 일치된 결과는 도출하지 못한 것이다. 제자리걸음에 그친 이들은 조만간 의견을 종합해 다시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3개 국책은행 대표와 노조위원장, 기회재정부·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9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만나 1시간가량 국책은행 명예퇴직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성현 위원장의 주재로 마련됐다.
이들 만남은 지난해 11월 이후 두 번째로, 올해 국책은행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명예퇴직제도 개선을 두고 논의하기 위해서 모였다. 국책은행 측은 고임금 직원들의 명예퇴직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퇴직금 제한을 풀어달라고 주장한다.
국책은행은 정부로부터 정원 통제를 받는다. 특히 당장 내년부터 국책은행 전체 직원의 10%가량이 임금피크제에 들어간다. 이들 인원이 늘어나면 신규 채용을 늘리지 못하고 일할 인원이 줄어든다.
문제의 핵심은 명예퇴직 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국책은행 직원은 정년까지 남아 있으면 기존 연봉의 280~290% 정도를 받을 수 있는데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정년까지 남았을 때 받을 수 있는 돈의 45% 정도만 준다. 시중은행이 보통 20~36개월치 평균 임금을 주는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효율적인 인력 운용을 위해 실효성이 없는 현행 명예퇴직 제도를 개선하자는 게 국책은행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이날 자리에선 논의가 진전되지는 않았다. 이날 각자 대표들은 “각자의 의견을 전달하는 자리였을 뿐,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라고 입을 모았다. 기재부 측은 제도 개선에 대한 문제는 인식하고 있지만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명예퇴직 활성화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것도 하나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희망적인 건 명예퇴직에 대해 국책은행 노사 모두가 공통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노사정이 만난 자리에서 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김형선 기은 노조위원장도 “이 부분에 대해선 노사가 의견이 다르지 않다”라고 밝혔다.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명퇴를 늘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자리걸음에 그친 노사정은 조만간 다시 일정을 잡아 논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형선 위원장은 “정확한 날짜는 잡지 않았고, 앞으로 전체적으로 고민의 시간이 되면 다음 날짜 기약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기관과 직원 모두가 수용 가능해야 하고, 사회적으로도 용인돼야 하는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문성현 경제사위 위원장은 “(향후 만남은) 노사가 결정할 것”이라며 “이야기는 계속 나누기로 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