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부와 통화당국이 1분기 역성장 가능성을 인정한 상황에서 1·2분기 연속 전분기 대비 성장률 감소 전망도 적지 않다.
22일 블룸버그가 경제분석기관 및 투자은행(IB) 이코노미스트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한국이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33%로 집계됐다.
경기침체는 생산·소비·투자 등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경제 규모가 축소되는 현상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2분기 연속 감소하면 기술적 경기침체로 본다.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한 곳은 스코샤뱅크로, 한국이 절반의 확률로 1년 안에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장 긍정적으로 내다본 곳은 침체 확률을 20%로 본 소시에테제네랄이었다.
당장 올해 1분기부터 GDP가 역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 1.2%로, 예상을 뛰어넘었던 데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1월 20일 처음 등장해 1분기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통화당국 역시 1분기 역성장 가능성을 인정한 바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외신기자 간담회를 하며 1분기 성장률에 대해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본다면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이환석 한국은행 조사국장 역시 최근 "2∼3월 실물경제가 크게 둔화하면서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작년 1분기(-0.4%)에 못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관건은 2분기 성장률이다. 영국의 정보제공업체 IHS는 한국의 올해 1분기 GDP가 전 분기 대비 0.9% 감소하고, 2분기에도 0.7%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최근 "한국 경제가 상반기에 기술적 침체에 진입한 뒤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며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전 분기 대비 -0.6%, -0.9%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뒤 3분기와 4분기에는 0.9%, 0.8%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이 2분기 연속으로 전기 대비 GDP 증감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2003년 1·2분기가 마지막이다. 당시 GDP 증감률은 1·2분기 각각 -0.7%·-0.2%를 기록했다. 이전에는 1997년 4분기∼1998년 2분기가 유일한 경기침체 국면이다.
1분기와 2분기가 모두 역성장하면 한국의 연간 성장률 역시 휘청일 수밖에 없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최근 아시아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며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0%로 낮췄다. 한국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6%)과 외환위기가 벌어진 1998년(-5.1%)뿐이다.
경기침체 우려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로이터 조사 결과 경제분석기관 41곳 가운데 4분의 3이 세계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80%로 집계됐다.
JP모건은 "2∼4월 사이에 거의 모든 국가가 코로나19에 감염돼 글로벌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며 "역대 최장기간의 글로벌 확장세가 끝날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