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스타항공이 금융지원을 받지 못한 공식적인 이유는 산은의 대출 ‘심사체계’를 통과하지 못해서다. 금융지원만으로 사실상 이스타항공이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개별 기업에 대한 사안이기에 정확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산은이 LCC에 대한 금융지원을 판단할 때는 이스타항공은 이미 제주항공에 인수되는 것이 확정된 후였다. 산은은 이스타항공에 대한 직접 지원 대신 인수자금을 대기로 했다.
산은은 공정위원회 기업심사가 완료되는 이달 중에 총 1500억~2000억 원에 대한 인수자금을 타 은행과 함께 공동으로 제주항공에 지원할 예정이다. 이 돈의 일부는 이스타항공 재무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이스타항공에 금액을 따로 지원하면 자금이 이중으로 지원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제주항공에 지원되는 인수자금 규모가 상당하다. LCC 7곳에 지원되는 긴급 경영지원금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스타항공에 따로 금액을 지원할 경우 오히려 특혜 시비가 발생할 수 있었다.
다만 단순히 이중 지원에 대한 문제만은 아니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은 기존 한도대출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총 500억 원을 지원받았다. 모회사인 아시아나와 자회사에 대해 이중으로 자금을 지원한 셈이다. 이러한 탓에 이스타항공의 몸집을 줄이려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산은은 두 사례를 동등하게 비교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여파 이전부터 채권단 관리 아래에 있었던 것과 다르게 이스타항공은 그렇지 않았다. 매각이 급선무였던 아시아나항공과는 결이 달랐다는 것이다. 산은이 이스타항공의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더욱 자금지원을 결정할 요인이 떨어졌다.
한편 산은은 제주항공 인수금융에 참여하는 은행들을 검토하고 있다. 참여 은행의 규모에 따라 지원 금액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