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암·중풍·난치병 같은 4대 중증질환에 걸린 환자의 보장을 강화해서 의료비 때문에 집안이 망하는 일을 최소화하도록 하겠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의료비는 가계 파탄의 3대 원인이기 때문에 어떤 질병에 걸리더라도 본인이 부담하는 의료비가 연간 100만원을 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박근혜 대선 후보와 문재인 대선 후보가 의료분야에 대한 가계 부담을 경감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각론에서는 서로의 색깔이 분명하게 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공약에서 재원조달 가능성과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2016년까지 4대 중증질환을 국가가 100% 부담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연간 200만~400만원인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제를 소득 수준에 따라 10등급으로 나눠 50만~500만원까지 세분화하기로 했다.
이어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임플란트 진료비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키로 했다. 우선 어금니부터 적용한 뒤 단계적으로 재원을 마련해 부위별로 확대할 방침이다. 박 후보는 △어르신 간병비용 지원을 위한 ‘사회공헌활동 기부은행’ 설립 △신체장애 치매환자에게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 제공 등의 공약도 마련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의 대표 공약은 환자 본인의 의료비 부담을 연간 100만원 이내로 줄이겠다는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이다. 선택진료비와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건강보험에 전면 적용키로 했다. 선택진료비는 2013년 하반기부터 건강보험에 적용할 계획이다.
문 후보는 간병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보호자 없는 병원’을 실현키로 했다. 더불어 임신·출산 의료비와 필수 예방접종을 전액 지원할 예정이다. 이밖에 △의료영리화 정책 중단 △공공의료인력 확충과 의료서비스 확대 △방문 건강관리서비스와 아동·청소년 치과주치의제 실시 등의 공약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박·문 후보의 공약이 보여주기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의 공약 중 4대 중증질환은 자주 걸리는 질병도 아니고, 중증질환만 돈이 많이 드는 게 아니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문 후보의 100만원 상한제도 재정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테면 중증질환에 걸렸을 때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비급여 진료비가 드는데, 100만원 초과분을 국가가 전액 지원하려면 막대한 재정투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은 질병을 치료하는 데에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보장하면 무분별한 간병인 신청으로 예상을 넘는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두 후보 모두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구체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100만원 상한제’를 실시하면 최소 14조원에서 최대 28조6000억원의 재정이 추가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예산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급여 우선순위와 재원조달 계획이 뒷받침돼야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주신 분 =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 장석일 국민건강실천연대 상임대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정형선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장(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