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고위관료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것이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로비를 위해 고위관료를 사외이사로 앉히는 것입니다. 고위관료라도 주주가치를 보호한다는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다면 긍정적인 면이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주요 기업들이 전직 고위관료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현상에 대해 본연의 역할만 제대로 한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기업이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신석훈 선임연구원은 “해당 분야에서 오래 재직했던 사람이 기업에 가면 그 쪽 사정에 밝으니까 긍정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하지만 문제는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기업이 소송이나 어려움이 있을 때 사외이사를 로비스트로 이용하는 악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고 고위 관료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강제적으로 막는 것은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이를 제도화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고위 관료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 제도의 독립성이 먼저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외이사 제도가 단순히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지배구조연구원의 강윤식 연구위원은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기업가치’라는 논문을 통해 “사외이사 중에서도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기업가치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기업의 이사회가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구성되어야 한다면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기업이 먼저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경제개혁연대의 이수정 연구원은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 법령상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을 보다 더 엄격히 하는 방법과 선임절차 상 소액주주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업의 사외이사 선임을 강제할 수 없는 만큼 기업이 자율적으로 고위관료를 사외이사로 임명하되 기준을 가지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신석훈 한경연 선임연구원은 “(고위관료의 사외이사 선임 등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