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스마트폰 없는 세상 - 우희덕 숭실대 홍보팀 계장

입력 2013-03-0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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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덕 숭실대 홍보팀 계장
스마트폰 없는 세상은 어떨까. 비틀즈의 ‘Imagine’ 선율에 맞춰 그런 세상을 상상해본다. 쉽지 않다. 이과수 폭포처럼 쏟아지는 통신사 광고와 신제품 폭탄,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손끝의 세계. ‘바보 상자’와는 달리 비판하기 힘든 이름을 가진 태생적 신분은 가히 신성 불가침의 영역이다.

불과 십수 년 사이, 스마트폰 있는 세상과 없는 세상은 초코파이와 와이파이의 관계만큼 뒤바뀌었다. 상상하기 힘들어졌다.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 10억명 시대. 스마트폰이 세상을 ‘접수’했다. 스마트폰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가족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비교한 최근의 사진을 보면 납득이 간다. 그렇다면 세상은 과연 그 이름에 걸맞게 스마트해졌는가.

스마트폰에는 ‘스마트’가 없다. 붕어빵만 그런 식인 줄 알았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이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사용하는 것은 어렵다.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각자 스마트폰만 만진다거나, 늦은 밤에도 아랑곳없이 게임 초청 메시지를 날린다거나, 하루에도 수십 차례 SNS에 들락날락하는 일은 흔하다. 그저 도구이고 수단일 뿐인 스마트폰이 이제는 손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목적 자체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불안과 종속을 야기한다. 기기 손상과 분실 걱정, 배터리 잔량과 데이터 사용에 대한 조바심, 연결에의 압박과 습관적 사용, 업그레이드 갈망 등 최첨단 디지털 기기가 만들어내는 아날로그적 불안이 산업을 형성하고, 비용 지불로 이를 해소하라고 강요한다. 마치 동물원에 갇힌 동물처럼 ‘정형행동’을 반복하는 사람들을 보며, 스마트폰이 그들을 가지고 논다고 느끼는 것은 무리일까.

스마트폰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디지털 바보’, ‘아날로그 똑똑이’ 같은 이분법적 사고에 머물거나, 파발이나 봉화로 소통하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결국은 사람의 문제고 주체의 문제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편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없어도 자신의 삶이 흔들리지 않아야 비로소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쓰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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