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까지 박근혜 정부의 고위공직 후보자가 자진사퇴 한 사례는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후보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 굵직한 인선만 해도 6명이다. 박 대통령의 당선 후 최대석 대통령직인수위원의 중도사퇴와 청와대 비서관 4명의 내정 후 교체 임명까지 합치면 11번째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2008년 2월 발표했던 1차 개각 당시 남주홍 통일부, 박은경 환경부,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한꺼번에 낙마했다. 이듬해인 2009년 7월에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위장전입과 스폰서 논란으로 청문회를 실시 나흘 만에 자진 사퇴했다.
노무현 정부에선 2003년 9월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가 인수위 참여 논란으로 낙마했고,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소장 취임을 위해 헌법재판관직을 사임한 것이 문제가 돼 헌재소장에 임명되지 못했다.
2005년 1월엔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서울대 총장 시절 판공비 과다사용과 장남 증여세 포탈 의혹 등으로 임명 사흘 만에 자진사퇴했다. 두 달 뒤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낙마했다. 같은 시기 비슷한 사유로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도 자진사퇴했고,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은 인사청탁과 가족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중도하차했다. 이듬해인 2006년 8월엔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논문 표절과 논문 중복 등으로 임명된 지 13일 만에 사퇴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7월에는 장상 총리 후보자가 위장전입과 장남 병역 기피 의혹으로 낙마했으며 한 달 뒤 장대환 총리 후보자는 위장전입, 세금 탈루 의혹으로 국회 임명동의안을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에도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이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근혜 정부에서 인사검증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한 지 드러나는 셈이다. 물론 역대 정권과 단순 수치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중도하차라는 공통분모만 놓고 보면 박근혜 정부의 낙마사례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과 관련, 철저한 검증과 정교한 사후대책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출범 초기 인사문제로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큰 힘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이 1년 안에 국정 드라이브를 통해 국정쇄신을 추진키로 했는데 지금으로선 난망한 상태”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