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사회참여형 일에 뛰어들어 볼까?” “그동안 미뤄왔던 취미생활과 관련된 일을 찾아봐야겠다.” 은퇴가 멀지 않은 베이비 부머들이 그리는 은퇴는 다양하고 희망적인 모습이 가득하다. 은퇴 이후 먹고사는 문제에 구체적으로 접근하면 이 같은 막연한 기대는 안개처럼 흩어진다. 당장의 생활에 매몰된 이들에게 은퇴 이후의 삶은 실감나지 않는 미래의 일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은퇴 이후의 삶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실시한 ‘저출산·고령화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노후 준비의 시작은 ‘30대부터’라는 응답이 전체의 40%를 넘었다.
베이비 부머의 노후에 대한 관심과 실제 준비 사이에는 큰 괴리가, 준비 영역 간에는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이 민관합동으로 개발한 노후준비지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노후준비도가 보통 이하인 집단이 70%, 노후준비를 충분히 하고 있는 집단은 국민의 약 30%에 불과하다. 건강 영역, 대인관계 영역, 재무 영역, 여가 영역 등 4가지 세부 영역 중에서 건강과 대인관계는 비교적 준비도가 높은 반면, 재무 영역과 여가 영역의 노후준비도는 낮다.
또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한국인의 은퇴준비’ 보고서에서도 50~60대의 은퇴일준비지수는 30~40대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나 고령층이 오히려 청년층보다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재취업 관심 분야에 대한 환경을 분석하고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따져 현실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거의 경력과 연계해 장단점을 파악하고, 숨겨진 능력의 발현으로 이어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오랜 시간 직장을 중심으로 쌓아온 인맥과 경험을 자신의 경쟁 요인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은퇴백서는 이어 자격증 취득을 조언했다. 희망 직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분야는 낯설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자격증 취득이 해당 분야의 친밀도를 높이고 획득 과정에서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격증 취득을 통해 해당 분야의 능력을 개발하면 재취업에 유리한 경쟁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
아울러 은퇴백서는 취업활동의 구체성을 강조했다. 취업활동에 나설 때는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원하는 급여 수준과 근로 형태 등을 정해 구체적인 취업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시간 낭비를 막는 바람직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 자신의 능력과 강점을 명확히 내보일 수 있는 이력서를 작성해야 그 이후 면접에서도 자연스럽게 임할 수 있다.
또 희망하는 직종의 정확한 상황 파악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은퇴백서에 따르면 자신이 하고 싶거나 할 수 있는 직종과 관련해 평가 항목을 만들어 점수를 내는 등의 방법을 이용하면 가장 알맞는 직종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작성하는 항목에 가족의 의견을 비롯해 하고 싶은 성향, 자신의 건강상태 등을 포함시켜 조목조목 따지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형종 삼성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직장을 다니더라도 지금 직무와 다음 단계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자기계발을 통해 내가 이루는 꿈의 방향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며 “내가 퇴직하고 어떤 일을 연결시키겠다는 것을 가지고 자기계발도 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이를 ‘라이프 커리어’라고 부른다. 자기의 목표를 큰 틀에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수동적으로 적응하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와 관련해 “장기적으로 고용 가능성을 만들어 내야 한다. 자격증을 따거나, 관심 있는 분야에 교류를 통한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해야만 퇴직 이후의 꿈을 가져갈 수 있다. 전략적인 라이프 커리어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