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에 대한 관심과 관련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토대장정에 나섰던 이진섭(49)·균도(21·자폐성장애 1급) 부자가 12일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3000㎞의 긴 여정을 마쳤다.
이들 부자는 지난달 27일 제주도청을 출발해 강정, 서귀포, 김녕 일대 해안도로와 올레길 등을 걸어 지난 10일 제주시청에 도착했다.
2011년 3월 ‘균도와 함께 세상걷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들은 이번 제주도 일정을 포함, 5차례에 걸쳐 부산~서울, 기장~광주, 광주~서울, 기장~서울 등 모두 3000여㎞를 걸었다.
이들 부자가 전 국토를 순례하며 알리려 했던 것은 발달장애인법 제정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의 필요성이다.
발달장애란 해당 나이에 맞는 발달이 이뤄지지 않아 발달 선별검사에서 해당 연령 정상 기대치보다 25% 뒤처져 있는 경우로, 지적·자폐성 장애 및 이를 동반한 중복장애 등을 포함한다.
이씨는 “발달장애인은 신체장애인과 달리 종합적이고 지속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면서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발달장애인의 권리와 서비스에 관한 별도의 법률이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대해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제도에서는 부양의무자로 규정된 부모나 자녀가 있을 경우 이들과 연락이 닿지 않거나 소득이 전혀 없어도 수급자가 될 수 없다.
이씨는 자신의 아들이 장애인이고 혼자서는 배변도 못 하는데 부모가 있다는 이유로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한 달 60시간, 하루로 치면 2시간밖에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직장암을 앓는 이씨는 네 살 아이 지능 수준의 아들과 함께 걷는 긴 여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전보다 많은 사람이 발달장애를 알게 됐다는 생각에 마냥 뿌듯하다며 웃었다.
그는 조만간 더 많은 장애 아동 부모와 함께 단거리 걷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