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유재석•강호동 프리미엄, 왜 사라지고 있나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입력 2013-06-2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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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재석과 강호동은 예능의 양대 축이었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예능 장르가 열렸을 때 지상파 3사는 너나 할 것 없이 이 둘을 잡으려고 혈안이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시간이 지나면서 이 양강 체제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강호동이 세금문제로 잠정은퇴를 선언하고 1년간 칩거하는 그 시간 동안 모든 상황이 변했다. 가장 큰 특징은 이른바 연예인 프리미엄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예전 리얼 버라이어티형의 예능은 기본적으로 연예인 MC들이 고정 출연해서 어떤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보여주곤 했는데, 이제 이런 형식은 식상해졌다. 토크쇼가 일제히 추락한 것은 연예인들이 나와서 자기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대중들이 이제는 별다른 감흥을 얻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신 일반인이나, 연예인이지만 거의 일반인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그다지 존재감을 알 수 없던 연예인들에 대한 주목이 생겼다. ‘안녕하세요’가 토크쇼 중 유일하게 생존하고, ‘아빠 어디가’의 윤후나 ‘진짜 사나이’의 샘 해밍턴, ‘우리동네 예체능’의 조달환이 새롭게 주목받게 된 것은 이러한 대중들의 달라진 시선을 말해준다. 대중들은 더 이상 완전히 준비된 MC의 달변이나 끼를 그냥 받아들이는 것에 식상해하고 있다. 대신 적응되지 않은 새 인물을 발굴해내고 그들이 자신들의 지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이 자주 쓰는 표현으로 말하자면 “빈 도화지”이기 때문에 “나쁜 습관”도 없는 인물을 찾는 셈이다.

이렇게 달라진 변화 속에서 유재석과 강호동에 대한 프리미엄이 과거에 비해 약화되는 건 당연한 결과다. 특히 새로 복귀한 강호동이 더 휘청하는 것은 그에 대한 기대감은 과거의 기록들(?)에 닿아있는데 반해, 달라진 환경 속에서의 결과는 그만큼 나오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괴리감 때문이다. 즉 ‘1박2일’로 무려 시청률 40%를 찍었던 강호동이 새로 복귀한 ‘달빛 프린스’에서 3% 시청률을 낸다면 누가 봐도 그건 실패라고 여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1박2일’이나 ‘무한도전’도 처음부터 40%를 냈던 건 아니지 않은가.

강호동이기 때문에 기다려주지 않는 이 성급함은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달빛 프린스’에 이어 ‘우리동네 예체능’을 연출하고 있는 이예지 PD는 오히려 ‘강호동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더 어렵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즉 강호동이나 유재석은 그들이기 때문에 프리미엄을 갖던 시대를 넘어서, 이제는 오히려 그들이어서 프로그램이 더 어려워지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 데는 대중의 미디어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달라지면서 프로그램과 거기 출연하는 연예인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 TV란 연예인처럼 특별한 인물들만 들어갈 수 있는 전유공간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생각하는 일반인들은 없을 것이다.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이 열어놓은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들의 양적인 확장은 “어 그거 별거 아니네” 하는 인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니 이 변화는 단지 연예인의 신비주의가 사라지는 정도가 아니라, 연예인에 대한 관심 자체가 희미해지는 단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른바 대중들에게 생겨난 ‘갑을 정서’는 더 이상 대중들이 을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는 각성의 결과이기도 하다. 즉 과거 네트워크가 없던 시절에는 힘 있는 갑이 누르면 어쩔 수 없이 을은 그것을 당해야만 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힘없는 을들이 하나하나 모여 힘 있는 갑의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시대로 넘어섰다. 이것은 ‘대중의 시대’라고도 말할 수 있고, 상품 소비의 측면을 들어 ‘소비자의 시대’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송을 하나의 상품으로 바라보고 거기 출연하는 연예인들을 일종의 방송 생산자로 바라보면, 일반인들의 방송 출연은 작금의 ‘프로슈머’화 하는 소비자들의 변화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강호동과 유재석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것은 거꾸로 대중들의 시대가 점점 부상하고 있다는 징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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