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마켓이 선진국의 출구전략에 휘청거리고 있다.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여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는가 하면 선진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이탈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용어의 창안자 짐 오닐 브뤼겔 이사는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양적완화로 세계 경제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천천히 성장했다”면서 “그러나 출구전략이 신흥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것과 같아 충격이 양적완화보다 더 크다”고 지적했다.
출구전략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지 않으면 엘리베이터를 타듯경제가 빠르게 하강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미국이 출구전략을 펼치면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 가치가 강세를 보여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에서 발을 빼고 더 안정적이면서 이전보다 높은 투자 수익이 기대되는 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제금융연합회(IIF)는 지난 6월말 선진국 출구전략에 따른 자금 이탈 때문에 내년 이머징마켓으로 유입되는 민간자본 규모가 1조1120억 달러(약 1246조원)로 올해 추정치인 1조1450억 달러에서 줄고 지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IIF는 올해와 내년 신흥국에서 빠자나가는 민간자본은 각각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초 공개한 ‘글로벌 국가신용등급 리뷰와 전망’ 보고서에서 “신흥시장은 성장률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미 고통받고 있으며 연준이 출구전략을 시사하면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며 “대외 채무가 많고 외환보유고가 적은 신흥국이 특히 출구전략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신흥국들은 기준금리 인상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지난달 초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2개월 연속 인상했다. 불과 2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6.0%에서 6.5%로 높아진 것이다. 지난 1분기 인도네시아 경제성장률이 6.02%로 2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둔화 불안은 여전하지만 물가를 잡는 것이 더 큰 이슈라고 본 것이다. BI는 최근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을 종전 3.5~4.5%에서 7.2~7.8%로 상향 조정했다.
터키중앙은행도 지난달 23일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7.25%로 종전보다 0.75%포인트 인상했다. 터키의 기준금리 인상은 21개월래 처음이다.
중남미 주요 신흥국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유엔은 지난달 올해 중남미지역 국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유엔 산하 라틴아메리카 카리브해 경제위원회(ECLAC)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로 0.5%포인트 낮췄다.
특히 중남미의 경제대국인 브라질과 멕시코의 경제성장률이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멕시코는 3.5%에서 2.8%, 브라질은 3.0%에서 2.5%로 각각 하향됐다. 엘살바도르는 2%, 베네수엘라는 1%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파나마(7.5%), 페루(5.9%), 볼리비아(5.5%) 등이 비교적 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에콰도르와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3%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