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내수와 수출 등에서 경기회복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기업들의 투자 답보와 고용 부진이 계속되자 당초 목표 달성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곳간에는 현금을 잔뜩 쌓아둔 채 투자에는 인색한 대기업들의 행보가 하반기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1.1% 상승했다. 성장세가 4분기까지 이어진다면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 2.7~2.8%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심리도 이달 최고치를 찍었다. 이달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전달 102에서 4포인트 오른 106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수출도 호조세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9일 30대 그룹 기획총괄 사장단과 투자·고용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10월 수출 실적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월별 수출 최고치는 지난 2011년 7월 기록한 489억5000만 달러였다.
이처럼 소비가 살아나고 수출이 늘어나면 기업 투자가 따라와야 하지만 아직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최근 산자부가 집계한 30대 그룹의 투자액수(3분기 누적 기준)는 103조6000억원으로 당초 계획한 154조7000억원의 67%에 불과하다. 고용은 상반기 7만9000여명으로 당초 14만명의 56.4% 수준이다. 이에 반해 10대 그룹이 쌓아둔 현금은 올해 6월 말 현재 58조5791억원으로 지난해 말(49조5622억원)보다 8조9000억원가량 폭증했다.
재계는 투자가 4분기에 집중된다는 입장이지만 이대로라면 올 투자계획은 목표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도 30대 그룹의 투자 실적은 계획보다 8.5% 줄어드는 등 연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를 의식한 듯 윤 장관은 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모처럼 맞은 경기회복 모멘텀을 지속적인 성장세로 이끌 필요가 있다”며 “이제 여러분이 (투자) 약속만 지키면 된다”고 압박했다.
반면 재계에서는 상반기 수치만을 놓고 투자가 부족했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지표와는 반대로) 상반기 대내외 경제가 좋지 않았다. 실제로 제품생산 수요가 크지 않은 시기였다”면서 “하반기 여건이 개선되고 4분기에 몰려 있는 투자가 진행된다면 가시적으로 투자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제지표만을 놓고 봤을 때 경기가 완전히 개선 국면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노영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GDP를 보면 최근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전년 동기 대비 기준)이 이어지고 있는 등 경제지표가 매우 혼재된 상황”이라며 “경제가 회복 조짐은 있지만 불확실성이 많아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오늘 발표된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 2.1% 감소했으며,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역시 각각 전월 대비 0.1, 0.2포인트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