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정감사에서 사회적기업들이 정부 보조금을 부정한 방법으로 타냈다가 적발된 규모가 2010년 이래 총 296건, 31억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부터다. 고용노동부는 뒤늦게 ‘전체 사회적기업과 예비 사회적기업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3.54%’에 불과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최초 언론보도 때 사회적기업의 12%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알려진 탓인지 사회적기업을 둘러싼 기운은 싸늘하다.
사회적기업이 이처럼 논란에 휩싸인 이유는 사회가 그들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운 데 있다. 정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으면 경영 컨설팅과 교육뿐 아니라 인건비 등 각종 자금을 직접 지원받고 세금도 절반쯤 감면받는다. 2007년 제정, 시행에 들어간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맞춰 정부는 여러 지원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발표한 ‘사회적기업 활성화 추진계획’을 통해 “오는 2017년까지 사회적기업을 3000개로 늘리고 이를 통해 10만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하고 관련 일자리도 50만개를 새로 만든다”고 밝혔다. ‘사회적 목적’을 앞세운 사회적기업들과 달리 정부는 일자리 창출의 수단으로서 정책을 내놓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이 국가나 사회가 전적으로 돌봐줘야 할 수동적 대상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마련해 준다’고 규정한다. 사회적기업 육성법은 사회적기업에 종사하는 사람과 그 서비스를 향유하는 사람을 모두 보호대상으로 본다. 고령자와 장애인, 경력단절 여성, 저학력 실업자, 탈북자, 가정폭력 피해자, 한부모가정 자녀, 결혼이민자, 갱생보호 대상자, 범죄 피해자 등 취약계층을 망라한다. 취약계층을 위해 해야 할 정부의 역할 중 상당부분을 사회적기업이 나눠서 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이처럼 정부는 사회적기업을 ‘복지’와 ‘일자리’ 두 측면에서 바라본다. 이에 편승한 일부 사회적기업들은 정부의 인증을 얻어 유무형의 갖가지 혜택을 누리는 존재로 각인돼 왔다. 초기 창업자를 선별해 집중 보육하는 벤처기업 레인디(RainD)의 김현진 대표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사회적기업 혹은 창업 지원금에 계속 의존해 자립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기업은 본질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사회적 목적을 앞세우는 건 맞지만 그걸 위해 영리를 포기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일 수는 있지만 더 이상 ‘기업’이 아니다. 치열한 시장 경쟁에 노출돼 있으며 거기서 버텨야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는 게 현실이다.
요즘 상당수 사회적기업의 경영자들은 대단히 진취적이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정부 규제로 여기며 거추장스러워하는 소셜벤처들은 더욱 그렇다.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도 돈 버는 데 열심인 사회적기업, 소셜벤처들은 20대 젊은이들의 판이다. 그들은 스스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고, 그만큼 성공의욕이 충만하다.
서울형 예비 사회적기업인 자리(ZARI)는 위기 청소년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전문가의 꿈을 키우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서적,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창업자인 신바다 대표는 외부 지원에 의존적인, 그래서 작은 틀을 못 벗어나는 보통의 사회적기업이 아니라 일반 대기업과 당당히 경쟁하는 사회적 대기업을 꿈꾸고 있다. 그는 “사회적기업가들은 기업가적 마인드보다는 ‘좋은 일 하고 있는데 가난하니까 돈 없어서 못 하고 있다. 그러니 지원해 달라’는 경향이 강하다”고 아쉬워한다. 그는 “앞으로 자리는 비즈니스와 사회적 영향력을 함께 더욱더 성장시켜 ‘사회적 대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의욕을 보인다.
사회적기업은 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면서 사회적 목적도 수행한다. 쉽지 않은 길을 가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원이나 혜택이 아니라 환경조성이고 유무형의 격려다. 사회적기업, 소셜벤처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할수록 그들은 더 많은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