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은 오는 23일 본입찰 마감을 앞두고 있는 경남은행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경남은행의 지역 환원 동참이라는 차원에서 경은사랑컨소시엄의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키로 했다. 투자 금액은 800억원이다.
이로써 당초 경은사랑과 BS금융, DGB금융, 기업은행 등이 예비입찰자로 참여한 경남은행 인수전은 사실상 경은사랑과 BS금융 2파전으로 압축됐다.
하춘수 DGB금융 회장은 “경남은행 인수는 그룹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중요한 사안이지만 지역 금융산업 발전과 지역갈등 해소를 위해 고심한 끝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대구·경북과 경남지역은 그동안 긴밀한 협조를 통해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경남은행 인수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지역 갈등이 더 이상 확산 되어서는 안 된다”고 인수 포기 배경을 설명했다.
하 회장은 최근 지방은행의 지역 환원 민영화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 간 지역갈등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인수 가격만 올려 자칫 승자의 저주 등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다른 지역에서 경남은행을 인수할 경우 도금고를 바꾸는 등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엄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DGB금융이 향후 경남은행과 공동지주를 목표로 한 발 물러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은사랑 측과 업무협약(MOU)를 맺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2~3년 후 지분을 매각하면 DGB금융이 다시 지분을 인수, 공동지주가 가능해진다.
DGB금융 관계자는 “지역 정서가 워낙 안 좋은 것도 있고 여러 가지로 부담이 된 상황에서 인수전이 가열되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향후 MBK파트너스가 지분 매각에 나설 때 그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