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 김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며 자랑하는 가나 출신 샘 오취리, 홍어 삼합 맛을 알았다고 말하는 로버트 할리(한국명 하일), 감기 걸릴 때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 먹어야한다는 호주 출신 샘 해밍턴, 태권도를 좋아 한국에 왔다는 프랑스인 파비앙. 지난 8일 방송된 KBS2 ‘해피투게더’의 ‘코리안 드림편’외국인 연예인 및 방송인 출연자다. 이날 방송은 요즘 TV에 넘쳐나는 외국인 출연자들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tvN드라마 ‘꽃할배 수사대’에 고정출연하는 샘 해밍턴, ‘나 혼자 산다’에 나오고 있는 파비앙, tvN 시트콤‘감자별 2013QR3’일본인 후지이 미나, KBS ‘비타민’에서부터 MBC‘세바퀴’까지 종횡무진 하는 일본인 사유리, 각종 교양 프로그램과 예능프로그램 리포터와 게스트로 등장하는 남아공 출신의 브로닌… 요즘 KBS, MBC, SBS 등 지상파 뿐만 아니라 tvN 등 케이블 방송, JTBC 등 종합편성 채널의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교양 프로그램, CF에 외국인 출연자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1980~1990년대 외국인들은 설이나 추석특집으로 마련된 외국인 장기자랑 프로그램에 나선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TV만 켜면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을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더 이상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 1회성 게스트나 드라마의 카메오 혹은 감초 캐릭터가 아니다. 고정출연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주연이나 조연 등 비중 있는 캐릭터를 맡아 TV의 당당한 주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외국인들이 TV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보인 것은 1980~1990년대 EBS를 비롯한 TV외국어 회화 프로그램이었다. 외국어 회화 프로그램에 강사로 외국인들이 나서고 이들이 시청자에게 눈길을 끌면서 교양과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또한 드라마 혹은 재연 프로그램에 단역이나 카메오, 재연배우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TV에서 외국인의 모습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프랑스 이다도시, 독일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이참, 미국 변호사 출신의 로버트 할리 등이 1990년대 중후반 들어 예능 및 교양 프로그램과 드라마 등에 나서며 외국인 TV출연 기폭제 역할을 했다. 드라마 연기자로는 일본의 후에키 유코(한국명 유민)가 2001년 MBC 드라마 ‘우리집’에 출연하면서 부터 외국인 연기자들의 안방극장 출연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의 TV 출연이 특별한 모습이 아닌 일상의 모습으로 자리잡는 결정타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방송된 KBS 2TV의‘미녀들의 수다’다. 영국 에바, 중국 손요, 이탈리아 크리스티나, 핀란드 따루, 러시아 라리사, 베트남 하이옌 등 16명의 외국인 여성 패널이 남희석의 진행으로 특정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이 프로그램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외국인 출연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뤘고 ‘미수다’외국인 패널들이 높은 관심을 받으면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드라마 출연을 본격화했다. 심지어 개그 프로그램에도 외국인 진출이 이뤄졌다. 지난 2005년 샘 해밍턴이 KBS‘개그 콘서트’에 고정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제 TV의 각종 프로그램과 드라마에서 외국인 출연자의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이 이처럼 TV에 넘쳐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거주 외국인의 급증과 다문화 가정의 증가다. 2013년 1월 현재 144만5631명에 달하고 혼인 귀화자 7만519명등 외국인 배우자는 22만명에 이를 정도로 국내 거주 외국인이 증가했다. 이로 인해 외국인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도 달라졌고 TV제작진은 국내 거주 외국인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제작하게 됐다. 또한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 해외여행과 유학, 이민, 외국 근무 증가 등으로 급속히 전개된 글로벌화 역시 TV의 외국인 출연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1990년대 중후반 일기 시작한 한류로 인해 외국 연기자를 비롯한 외국인의 한국 TV출연이 가속화됐다.
외국인의 TV출연에 대해 시청자들도 부정적인 의견보다 긍정적인 반응이 높다. 리서치 전문회사 엠브레인이 10대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인 출연자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5.8%가 외국인 출연자 증가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15.4%에 그쳤다.
외국인 TV 출연은 프로그램 및 방송 소재의 다양화, 외국문화의 이해 증진, 새로운 출연자 폭의 확대, 리얼리티 배가 등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 하지만 외국인의 희화화 소재로의 전락, 연기력 부족의 외국인 출연으로 인한 완성도 추락 등 적지 않은 문제도 표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