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의 내전 위기 사태에 개입할 수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 회동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은 국가안보 이익이 위협받는다면 군사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국가안보팀이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군사 행동의 필요성을 포함해 모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는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미국이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미군을 이라크에서 철수시킨 것은 실수라고 했으며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은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시리아와 이집트에 이어 이라크에서도 실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전일 모술 주재 터키 총영사 등 터키 국민 80여명을 납치하는 등 과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터키 정부는 군대를 투입해 인질 구출 작전을 수행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나토에 긴급회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나토의 이라크 사태 개입 가능성은 아직 낮은 상황이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관련 주체들에 폭력 중단을 촉구하면서도 “이라크에서 나토의 역할은 없다”고 말했다.
ISIL과 나머지 반군들이 전선을 형성하면서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서부의 국경이 허물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라크 사태 악화로 유가가 급등하고 금값이 치솟는 등 상품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2.13달러(2.0%) 상승한 배럴당 106.5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9월18일 이후 최고치다.
지정학적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산하면서 금값도 올랐다. 8월물 금은 12.80달러(1.0%) 오른 온스당 1274달러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산유국인 이라크의 내전 사태가 지속될 경우 유가가 고공행진을 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이라크는 하루 36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이 2003년 2차 이라크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상황에서 내전 위기는 원유시장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제전문방송 CNBC는 전했다.
리처드 헤이스팅스 글로벌헌터시큐리티스 투자전략가는 “유가가 앞으로 10~12% 오를 수 있다”면서 “급진 무장세력의 도발로 전력과 원유 생산이 타격을 받으면서 이라크가 공황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와 리비아 등 인접국으로 사태가 번지면서 중동 지역의 지도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