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가운데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을 두고 대·중·소기업의 희비가 엇갈렸다. 경제계는 개정안에 대해서 표면적으로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될 법안이 담겼다며 환영 의사를 전달했으나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해서는 서로의 입장에 따라 일절 언급하지 않거나 우려를 표했다.
◇겉으론 “세법개정안 환영”=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6일 주요 경제단체는 논평을 통해 내수 침체를 해결할 법안이 담겼다며 기대감을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올해 세법개정안이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세제개편”이라며 “지방투자와 서비스업에 대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과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 확대를 통해 고용창출과 안전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논평을 통해 “세법개정안에는 우리 경제가 직면한 문제인 장기 저성장 구조로부터의 탈출과 고령화 사회 대응을 위한 시의적절한 방안들이 담겨 있다고 본다”며 “특히 안전·서비스·중소기업 투자 인센티브 확대, 중소·중견기업 가업승계 지원 개선 등은 투자를 촉진하고 기업의욕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역시 “세법개정안이 침체된 내수경기에 생기를 불어넣고 투자 확대와 소비촉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속내는 “기업소득세 도입 온도 차”= 하지만 세제개편안 발표 이전부터 ‘뜨거운 감자’였던 사내유보금 과세, 즉 기업소득환류세 도입에 대해서는 단체별로 입장이 달랐다.
대기업 회원사가 대부분인 전경련은 “기업소득환류세제의 목적이 세수확보가 아닌 만큼 기업 국내외 투자 확대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기업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기본공제율 축소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견련은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이 중견기업의 투자의욕을 꺾지는 않는지 신중하게 재검토했으면 한다”고 우려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도입되면 전체 중견기업의 51.2%(1283개)가 과세대상에 포함된다는 주장이다. 중견련은 “많은 중견기업이 내부 유보자금을 통해 자금조달을 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세제가 부과될 경우, 자금상황 악화와 투자심리 위축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반면 중소기업 회원사 비중이 높은 대한상의와 중기중앙회는 이번 논평에서 기업소득환류세제와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무역협회 역시 내수 활성화에 대한 기대와 무협이 정부에 건의한 내용을 반영한 점을 높이 평가했을 뿐, 유보금 과세와 관련 내용은 논평에서 제외됐다.
◇10대그룹 세 부담 1조1000억= 한편, 정부가 이번에 도입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로 인해 10대그룹이 과세 방식에 따라 최대 1조1000억원의 세금을 부담할 전망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10대그룹 136개 주요 계열사(금융사 제외)를 대상으로 정부의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적용해 산출한 결과, 당기순이익의 80% 과세방식에서는 1조1016억원, 60%에서는 3632억원의 세 부담을 10대 그룹이 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 70%를 적용하면 7300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당기순이익의 80%(비제조 40%)를 적용 시 환류세를 가장 많이 내는 곳은 현대자동차다. 15개 계열사 중 11곳이 과세 대상으로 5580억원을 내야 한다. 현대차 2000억원, 현대모비스 1300억원, 기아차 900억원 등 주력 계열사 3곳이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삼성은 21개 계열사 중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등 5곳이 대상이고 3800억원의 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부담액이 3600억원으로 대부분이다.
가장 높은 과세 구간인 80%를 적용하더라도 삼성과 현대차를 제외한 나머지 그룹은 세 부담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그쳤다. SK와 롯데가 각각 925억원, 448억원으로 추산됐고, 한화(90억원), 포스코(66억원), LG(60억원), GS(24억원), 현대중공업(8억원), 한진(7억원) 등은 그룹 규모에 비해 미미했다.
최저 과세구간인 60%(비제조 20%)를 적용하면 현대차는 11개 계열사가 동일하게 과세 대상에 오르고, 환류세 규모는 3000억원으로 분석됐다. 이 경우 삼성은 과세 대상이 삼성중공업 한 곳으로 줄고, 세액도 82억원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