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영의 서울 숨은그림찾기] 한옥과 양옥이 조화 이룬 '가회동 성당'

입력 2014-10-1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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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한옥(韓屋)과 현대 성당 건물인 양옥(洋屋)이 조화를 이루며 재건축한 서울 종로 북촌 가회동 성당

지난 8월 실시된 ‘시민공감 건축상’에 서울 가회동성당이 ‘시민공감 건축상’으로 선정되어 2014년 ‘서울시 건축상’ 일반부문 최우수상을 받게 됐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실시된 시민공감 건축상은 시민들의 직접 투표를 통해 주는 상이라 의미가 더욱 크다.

평소 건축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11일 바로 가회동 성당으로 한 걸음에 달려갔다. 그리고 가회동 성당 앞에 서있는 순간 왜 그렇게 많은 서울 시민들이 가회동 성당을 추천 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12미터 높이의 성당 본당

가회동성당은 한국 전통 한옥(韓屋)과 현대 성당 건물인 양옥(洋屋)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진 건물이다. 마치 ‘단아하게 한복을 차려입은 선비와 벽안의 외국인 신부가 어깨동무를 하는 형상’을 하고 있다. 또한 북촌한옥마을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옛 정취의 소박한 디자인이 멋스러워 보인다. 특히 건축가는 12미터 높이의 덩치가 큰 양옥에 압도되지 않으면서 이웃 한옥 건물들과 잘 어울리도록 키가 낮은 한옥을 일부러 전면에 내세워 균형감을 맞추었고 주 출입구에 배롱나무를 배치해 양옥과 한옥의 이질적 충돌을 막고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12미터 높이의 성당 본당

가회동 성당의 감상에는 2가지의 가장 큰 포인트가 있다.

첫 번째는 성당 건축주인 송차선 주임신부의 고집으로 만들어 낸 한옥이다.

일단 자재 구입 과정부터 까다로웠다. 건축을 전공한 송차선 주임신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형 문화재 대목장(大木匠)과 오랜 시간동안 전국을 돌며 발품을 팔고 뒤져 어렵게 목수들이 인정하는 춘향목(적송)을 구했다. 한옥을 만드는 과정 또한 남달랐다. 무형 문화재 대목장들이 직접 와서 건물을 짓도록 하는`각서`까지 쓰면서 흉내만 낸 한옥이 아니라 진짜 한옥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가회동 성당 한옥의 작품성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어떤 대목장은 문하생을 데리고 와서 견학을 시켰고 많은 건축과 학생들도 성당을 직접 찾았다.

▲춘향목(적송)을 구해 만든 한옥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형 문화재 대목장(大木匠)들이 직접 만든 한옥의 내부

▲주말을 맞은 많은 시민들이 성당을 찾아 휴일을 즐기고 있다.

두 번째는 북촌의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성당의 옥상이다.

성당 옥상에 올라 성전의 앞과 뒤쪽에 있는 한옥의 스카이라인을 보면 성당이 북촌의 한복판에 있다는 느낌을 준다. 겹겹이 싸여 있는 한옥 지붕이 넘실넘실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 북촌에서 성당 옥상만큼 더 좋은 전망대은 아마 없을 것이다. 멀리 남쪽방향으로는 남산과 함께 현대식 건물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북악산과 함께 옛 건축물이 고풍스럽게 보존되어 현대와 과거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로도 손색이 없다.

▲성당 옥상에 올라 본 북촌의 한옥 스카이라인

▲성당 옥상에서는 남산과 함께 현대식 건물들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역사적으로도 가회동 성당은 한국 교회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곳이다.

1779년 이벽을 중심으로 학자들이 천진암에 모여 서학을 연구하고 실천하기 시작하면서 조선에서의 천주교 신앙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795년 4월 5일 부활대축일에 이곳 가회동 성당 자리에서 주문모 신부는 한국 교회 최초의 미사를 봉헌하였다. 그리고 1955년 조선 마지막 황실 가족이었던 의친왕 이강과 왕비 김숙이 세례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이런 내용과 자료는 1층 마련된 역사전시실에 매우 잘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가회동 성당의 재건축 과정도 영상물로 잘 정리 되어 전시실에서 감상 할 수 있다.

가회동 성당은 언제라도 와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졌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엉덩이가 들석이는 이 가을에 한옥과 양옥이 잘 어우러진 이 곳으로 한국근대 역사속의 시간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1955년 조선 마지막 황실 가족이었던 의친왕 이강과 왕비 김숙이 세례를 받은 곳으로 역사 관에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가회동 성당의 재건축 과정도 영상물로 잘 정리 되어 전시실에서 감상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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