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끝을 모르는 애플의 성장에는 고(故) 스티브 잡스 공동 설립자와 현재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의 시공을 초월한 팀워크가 바탕을 이루고 있다. 사실 잡스와 쿡의 경영철학은 정반대의 성향을 나타낸다.
지난 2011년 10월 사망한 잡스는 ‘디자인 경영’을 표방하며 위태롭던 애플을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디자인 경영이란 소비자의 미적 만족 추구 경향이 강해지며 디자인을 경영 전략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생전에 “대부분 사람은 디자인이 겉치장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애플)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겉모습이나 느낌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제품의 총체적 기능 및 경험과 관련된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디자인에 대한 그의 철학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이며 이런 그의 생각이 디자인에 대한 사람들의 안목과 삶의 가치를 한 단계 높여줬다.
반면 팀 쿡 CEO는 ‘실용 경영’을 바탕으로 애플을 이끌고 있다. 쿡 CEO는 이전 잡스 1인 체제로 이뤄지던 경영 방식을 변경하고 오로지 제품에만 신경을 쓰던 잡스 스타일을 버리고 기업활동의 다양한 측면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2012년 쿡은 잡스의 ‘무배당 원칙’을 깨고 17년 만의 대규모 배당을 시행했다. 지난해 5월에는 헤드폰 제조사인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고 브랜드를 유지하기로 해 ‘애플’이 아닌 다른 상표를 사용하게 됐다. 또 작년 9월 내놓은 신제품 아이폰6와 6플러스에 각각 4.7인치, 5.5인치 화면을 적용시켰다. 이는 스티브 잡스가 고집했던 이상적인 화면 크기 3.5인치에서 벗어나 큰 화면을 원하는 소비자와 시장을 만족하게 하기 위한 쿡 CEO의 스타일이 나타나는 점이다.
잡스와 쿡의 경영 스타일은 대립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쿡이 잡스의 기존 방식을 벗어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지난해 9월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6와 6플러스 발표를 두고 영국 가디언은 “애플이 추격자로서의 면모를 보인 것이 아니라 애플다운 전통을 선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이 기존 영역에 뛰어들어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창출한 것이 소프트웨어와 사용성의 혁신을 통해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기를 원했던 잡스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는 곧 쿡이 선보인 제품 역시 잡스의 방침을 기본으로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