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비트코인이 몰고 온 ‘금융 생존경쟁’

입력 2015-11-0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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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형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요즘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러한 핀테크 영역에 속하는 것 중 하나가 소위 ‘암호화된 화폐(cryptocurrency)’인 전자화폐인데, 현재 출현한 많은 전자화폐의 선두주자가 바로 비트코인(Bitcoin)이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에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환전 등의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이 전 세계에 즉각적 송금이 가능해 그 편리성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예컨대 정정이 불안한 우크라이나 같은 경우 미 달러화는 아예 구할 수가 없자 인터넷으로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는 비트코인 수요가 폭발해 2014년 말 이미 약 5000여 개의 비트코인 ATM이 설치되었다. 올해 9월에는 비트코인 사용을 합법화하기로 결정했다. 또 10월에는 유럽 사법재판소가 비트코인을 ‘상품’으로 간주해 거래세를 매기던 종전의 입장을 바꿔 공식적인 ‘화폐’로 간주, 거래세를 폐지함으로써 비트코인의 거래량 폭증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같은 비트코인의 합법화는 여러 가지 시사점을 우리에게 던져 주고 있다.

먼저 비트코인은 특정 국가가 발행한 화폐가 아닌 나카모토 사토시(中本哲史)라는 개인이 만들어낸 화폐라는 점이다. 따라서 비트코인의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개별 국가 단위의 화폐는 점점 무력화되고, 해당 국가의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그 힘을 잃게 된다.

몇몇 연구기관에 의하면 2030년이 되면 비트코인의 사용량이 전 세계 화폐 사용량의 10%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이와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각국은 자국의 종이화폐를 전자화폐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예컨대 2016년 덴마크가 세계 최초로 종이화폐를 없애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현재 덴마크 국민의 절반 이상이 모바일 결제를 하고 있으며, 전체 결제의 85%가 신용카드로 이루어지는 등 실생활에서 현금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덴마크뿐 아니라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도 현금 없는 국가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2013년 스웨덴의 한 은행에 강도가 침입하였지만 현찰이 없어 빈손으로 나왔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처럼 화폐가 사라지면 개인 사생활 침해의 인권 문제가 있지만 개인들이 돈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 범죄가 줄어들고 사회가 투명해지는 이점이 있다.

이뿐 아니라 중앙은행은 화폐 발행 비용을 절감하게 된다. 실제 덴마크 국립중앙은행은 2016년부터 종이화폐 생산을 중단할 예정으로, 이를 통해 2020년까지 1억 덴마크 크로네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전자화폐의 시대가 도래하면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사실 경제학에서는 오랫동안 금리의 하한선을 0으로 보고, 금리는 마이너스 영역으로 들어설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 주된 이유는 손해를 보고 은행에 돈을 맡기기보다는 차라리 현금을 보유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종이화폐가 퇴장하고 전면적으로 전자화폐로 대체된다면 어떨 것인가? 더 이상은 사람들이 현금을 보유할 수 없어지며, 따라서 금리는 중앙은행이 원하는 어떠한 마이너스 수준에라도 유지될 수 있게 되어, 중앙은행은 디플레이션과도 아무런 문제없이 싸울 무기를 얻게 된다. 마치 인플레 시대 FRB가 금리를 올리며 인플레이션과 싸웠듯이, 이제는 금리를 자유롭게 내리면서 디플레와 싸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생각들 해 보시라. 계좌에 돈을 갖고 있는데 10%씩 손해가 난다면 누군들 가만히 있겠는가? 차라리 그 돈을 투자하든지 아니면 써야 할 곳에 앞당겨 써 버리지 않겠는가? 즉 전자화폐의 도입은 일면으로는 중앙은행의 권한을 무한대로 확장시키는 반면 다른 일면으로는 자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유로운 화폐, 즉 비트코인과의 생존을 건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상상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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