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 대응 방안을 두고 유통업계와 식품 제조업계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백화점 등 유통채널은 폐점 시간을 앞당기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선 반면, 빙과업계와 유업계 등은 여름철에 늘어나는 작업량 때문에 근로시간 조정이 여의치 않아 경우의 수 따지기에 한창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과 아웃렛 등 유통업계는 매장 운영 시간을 줄이면서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6월부로 49개 점포의 폐점 시간을 오후 12시에서 오후 11시로 앞당긴다. 전남 순천풍덕점 등 하이마트의 일부 점포 역시 폐점 시간을 1시간 단축한 상태다. 올 초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선언한 신세계그룹의 경우 신세계백화점은 3월 영등포와 경기, 광주점 등 세 곳의 개점시간을 30분 늦췄다. 이마트는 전국 12개 권역 73개 점포의 폐점시간을 자정에서 한 시간 앞당겼다. 추후 해당 점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현대백화점이 점포 퇴근 시간을 30분 앞당기는 등 유통채널의 근무시간 단축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유통업계와 달리 식품 제조업계는 근심이 늘고 있다. 성수기와 비성수기 간 노동량 격차가 큰 업종 특성상 탄력적인 노동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기존의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최저임금 인상만큼이나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빙과업계는 보통 6월과 7월 성수기가 정점에 이른 이후 8월부터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근로시간 단축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한 빙과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을 지키게 되면서 사실상 성수기엔 인력이 부족하게 됐다”며 “현재 여러 방안을 놓고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는데, 여름 한철에 한해 포장 등 단순업무 파트타임 채용을 늘리는 등 생산직의 10% 추가 채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비수기엔 기본적으로 8시간에 머물던 생산시간이 성수기엔 거의 24시간제로 운영되는 터라 인력 수급과 급여 지급에 애를 먹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주당 50시간이 넘어가면 2주 내 정산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노사가 합의할 경우 3개월의 기간이 주어진다. 그래서 성수기에 최대한 많이 생산한 후 (3개월 후인) 8월 즈음엔 휴가를 많이 부여해 근로시간을 맞추는 등의 대안도 생각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업계 역시 고민은 마찬가지다. 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유는 성수기와 비수기의 문제라기보다는 신선도 유지 등을 위해 밤시간이나 새벽시간대 인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업계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맞춰 인원을 늘리는 곳도 있고, 교대조를 재편성하는 등 여러 방안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