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중증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치료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촘촘한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0.136%로 전체 범죄율 3.93%에 비해 크게 낮지만(대검찰청 2017년 범죄분석), 돌발행동 등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국민적 불안이 크므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돕겠다는 게 요지였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지난해와 강도부터 다르다.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 등록환자에 대해 일제점검을 실시하고, 자·타해 위험환자에 대한 응급대응체계 강화를 위해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응급개입팀을 배치한다. 또 경찰·소방과 협조체계를 구축한다. 지역 내 정신질환자에 의한 민원 발생이나 응급사례에 대응하기 위해 시·군·구별 정신응급대응협의체도 설치한다.
‘관리’과 ‘대응’이란 단어부터 부정적이다. 정부가 나서서 정신질환과 범죄 간 개연성을 인정한 꼴이다. ‘실제 범죄율은 낮지만 일부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부각돼 불안이 확대됐다’는 지난해 입장에서 180도 달라졌다. 정부가 나서서 정신질환자에 ‘관리 대상’이란 낙인을 찍었다.
실제 발표될 대책의 방향성이 이렇다면 정신질환자들은 지금보다 더 음지로 숨어들 우려가 크다.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병원 진료와 치료를 꺼리게 되면, 돌발행동의 가능성은 더 커진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대책이 국민 불안을 더 키우는 셈이다. 복지부는 “치료재활 강화, 등록 인센티브 등 혜택도 같이 간다”고 하지만, 그 혜택이 사회적 낙인에 따른 불이익을 상쇄할 만큼 크지 않다.
정신질환자의 돌발행동을 예방하고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게 목적이라면 무엇보다 정신질환자들이 스스로 치료받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당장 시급한 건 관리와 통제가 아니라 정신질환자의 낙인을 제거하는 일이다. 감기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을 위협하기도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신질환을 감기처럼 여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