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이 4060억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증가폭도 30억 달러에 달해 1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원화강세)하면서 이번엔 달러 매수개입에 나선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유가증권 투자는 줄어든 반면, 단기성 자금인 예치금이 급증한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말 외환보유액은 4063억2000만 달러를 기록해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직전 최고치는 올 1월 기록한 4055억1000만 달러였다. 전월 대비 증가폭도 30억 달러(0.7%)에 달해 지난해 1월 64억9000만 달러(1.7%) 증가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급락함에 따라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매입하고 원화를 풀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원·달러 환율 하락을 방어한 셈이다.
실제 10월 말 원·달러 환율은 1163.4원으로 전월 말(1196.2원)보다 32.8원(2.7%) 급락했다. 10월 평균 기준으로도 1184.13원을 기록해 전달(1197.55원) 대비 13.42원(1.1%) 떨어졌다. 이는 각각 올 6월(36.2원, 3.0% 하락)과 작년 1월(19.08원, 1.8% 하락)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다만 한은은 외화자산 운용수익과 달러화 하락에 따른 기타통화 표시 외화자산의 달러화 환산액 증가를 이유로 들었다. 박성호 한은 외환회계팀장은 “외화환산액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유로화와 엔화 등 투자자산의 달러화 환산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0월 말 기준 주요 6개국 통화대상 달러화지수(DXY)인 달러인덱스는 97.35로 전월 말(99.38) 대비 2.0% 하락했다(한국시간 기준 97.65, 1.5% 하락)(절하). 직전 달에는 0.5%(한국시간 기준 0.6%) 상승한 바 있다. 유로화(1.9%)와 파운드화(5.0%), 호주달러화(2.0%)는 각각 전월 대비 상승(절상)한 반면, 엔화는 0.8% 하락(절하)했다.
부문별로 보면 국채나 정부기관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 등에 투자하는 유가증권은 전월 말보다 7억 달러 감소한 3738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해외 중앙은행이나 주요 글로벌은행에 보관해 둔 현금성 예치금은 36억6000만 달러 증가한 216억8000만 달러를 나타냈다.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은 1000만 달러 늘어난 33억7000만 달러를, IMF 회원국이 출자금 납입 등으로 보유하는 IMF에 대한 교환성통화 인출권리인 IMF포지션은 3000만 달러 확대된 26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금은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 달러(104.4톤)를 유지했다.
한편 9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4033억 달러)는 세계 9위 수준을 유지했다. 1위는 3조0924억 달러를 나타낸 중국이 차지했다. 이어 일본(1조3226억 달러), 스위스(8352억 달러), 러시아(5309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5006억 달러) 순이었다. 인도는 4337억 달러로 우리보다 한 단계 위인 8위를, 브라질(3764억 달러)은 우리보다 한 계단 아래인 10위를 각각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