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각국 정부가 유례없는 돈 풀기에 나서고 있다. 경제 충격파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빚더미가 몰고 올 후폭풍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당초 계획의 2배인 2조 달러, 국내총생산(GDP)의 10% 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를 능가하는 거액 지원으로 고용과 기업을 보호하고 경제 충격이 장기화하는 것을 방지할 목적이다.
유럽도 기업들의 자금난 해소를 주요 내용으로 한 경기부양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독일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1500억 유로(약 200조5000억 원) 상당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준비 중이다. 펀드를 통한 기업의 채무 보증 등을 포함하면 총 7500억 유로로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엄격하게 유지해온 재정균형 원칙까지 깨면서 경기부양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지난 11일 300억 파운드(약 45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데 이어 GDP 대비 15%에 해당하는 3300억 파운드 규모의 대출 보증에도 나서기로 했다.
중국도 중소 및 영세 기업의 도산 방지에 중점을 두고 최대 5개월간 사회보험료의 기업 부담분을 감면하기로 했다. UBS에 따르면 재정 투입 규모는 1조2000억 위안(약 214조 원)으로 추산된다.
일본은 GDP의 10%에 해당하는 약 56조8000억 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논의 중이다. 금융위기 당시 재정지출 규모가 15조4000억 엔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는 것이다.
각국이 코로나19 충격파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을 쏟아붓고 있지만 우려도 커진다. 전 세계 공적 채무 잔고는 70조 달러로 20년 만에 3.5배로 늘어난 상황이다. 경기부양책이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재정 악화에 따른 금리 상승으로 세계 시장은 장기적으로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계가 경기침체 공포 앞에 대규모 재정지출이라는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